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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렁악》(Entr’acte, 1924)

《엔트렁악》르네 클레르 (René Clair)

by 이다연


엔트렁악

(Entr’acte, 1924)


감독: 르네 클레르 (René Clair)
제작: 프랑스
개봉: 1924년 12월
러닝타임: 약 22분
형식: 무성 실험영화
장르: 다다이즘, 아방가르드, 실험 단편


영상링크: https://youtu.be/BtBs2FP_-p8?si=jMLt9UsjgC_hxUie



1. 줄거리 요약

《엔트렁악》에는 ‘이야기’가 없다.
대신, 이미지와 움직임, 음악과 리듬이 충돌하며 “논리 대신 유희”를 펼친다.


영화는 장 콕토가 연출한 발레 Relâche의 막간(intermission) 상영용으로 제작되었다.


첫 장면에서 대포를 쏘는 수염 난 남자,
거꾸로 달리는 발레리나,
자전거를 탄 관 속의 시체,
그리고 뒤쫓는 장례 행렬—


장면은 비논리적, 무의미하지만, 시각적으로 강렬하다. 결국 영화는 ‘죽음의 행렬’이 스스로를 비웃는 장면으로 끝나며, 현실조차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무대임을 암시한다.


《엔트렁악》은 서사가 아닌, 리듬의 춤이다. 그 안에서 관객은 꿈과 현실, 웃음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한다.


2. 영화적 특징

—왜 중요한가?


1) ‘리듬의 영화(Ciné-Rythme)’ 선언

르네 클레르는 대사를 없애고, 이미지를 음악처럼 편곡했다.
《엔트렁악》은 시각적 리듬, 즉 ‘보는 음악’으로서 영화가 가진 독자적 언어를 실험한다.
이는 훗날 ‘음악적 편집(Musical Montage)’의 선구가 되었다.


2) 다다이즘의 영화적 구현

다다이즘은 논리를 거부하고 우연과 즉흥을 예술의 원리로 삼는다.
《엔트렁악》은 이 사조를 완벽히 영상화했다.

대포가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진다.

체스말이 춤추고, 인형이 생명을 얻는다.

관객은 의미를 해석할 틈도 없이 “이미지의 폭죽” 속에 빠져든다.


3) 시각 유희의 미학

거꾸로 달리는 행렬, 속도 조절, 이중 노출, 프레임 반전 등,
모든 장면이 시각적 농담(visual joke)으로 구성된다.
이는 ‘유희하는 카메라’(Playful Camera) 개념의 시작이기도 하다.


4) 예술 간 경계의 해체

무용(발레), 미술(만 레이, 피카비아), 음악(에릭 사티)이 협업했다.

《엔트렁악》은 단일 장르의 영화가 아니라, 종합예술(Synthèse des Arts)의 실험장이었다.


3. 영화적·문화적 의의


1) 영화의 자의식 선언

《엔트렁악》은 “영화는 이야기의 하녀가 아니다”라고 외친다.
이미지와 리듬만으로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순수영화(Pure Cinema)의 탄생 선언이었다.


2)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교차점

이 영화는 다다의 즉흥성과 초현실주의의 꿈의 논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즉, “우연의 리듬이 곧 무의식의 리듬”임을 보여준 것이다.


3) 전후 프랑스 문화의 해방감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젊은 예술가들은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과 해방의 욕구를 느꼈다.
《엔트렁악》은 바로 그 시대정신을 상징한다.
논리의 붕괴, 질서의 해체, 그리고 웃음 속의 자유.


4. 영화사적 의의


1) 순수영화 운동(Pure Cinema Movement)

르네 클레르는 영상만으로 감정과 리듬을 구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아벨 강스, 장 비고, 장 르누아르, 그리고 나중의 브레송, 고다르에게로 이어진다.


2) 몽타주의 변주

소련의 ‘사상 편집’이 논리적이라면,
클레르의 ‘리듬 편집’은 감각적이다.
이는 훗날 뮤직비디오, 실험 다큐, 그리고 장뤽 고다르의 시각리듬까지 영향을 미쳤다.


3) 에릭 사티의 음악적 리듬의 영상화

영화 전체가 사티의 음악에 맞춰 “보이는 소리”처럼 편집되었다.
이 리듬의 실험은 영화와 음악의 통합, 즉 ‘시청각의 예술’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5. 감상평 및 분석


《엔트렁악》은 한마디로

“혼돈의 춤"이다.


모든 것은 이유 없이 일어나고,

모든 이미지가 자유롭게 흩어진다.

관객은 이야기 대신 리듬을 느낀다.
웃음과 혼란, 장난과 상징이 얽혀 마치 꿈속의 유희처럼 펼쳐진다.

이 영화의 미학은 ‘의미의 부정’이 아니라, ‘의미의 해방’이다.


논리에서 벗어난 순간, 영화는 순수한 시각적 기쁨이 된다.
그 순간, 우리는 르네 클레르가 말한 “보는 음악, 듣는 이미지”의 세계에 들어선다.

6. 감독: 르네 클레르 (René Clair, 1898–1981)


생애

프랑스 파리 출생.
언론인,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1920년대 아방가르드 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유성영화 시대에는 《자유의 파르티》(À Nous la Liberté, 1931) 등으로 전환하며 시적 리듬과 풍자를 이어갔다.


영화관

“영화는 리듬의 예술이다.”
— 클레르는 내러티브보다 이미지의 흐름을 중요시했다.

“유머와 꿈의 결합”
— 현실의 무게 대신 상상력과 유희를 예술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영향력

루이스 부뉴엘, 자크 타티, 장 피에르 주네 등 프랑스 유머리즘 영화의 뿌리가 되었다.

실험영화와 뮤직비디오, 초현실적 영상미의 원형이다.


7. 결론


《엔트렁악》은 1920년대 예술영화가 가진 “자유의 미학”의 결정체다.

이 영화는 줄거리도, 교훈도, 의미도 없다.
그 대신, 보는 이의 감각을 흔들며 ‘순수한 리듬의 기쁨’을 선사한다.


루이 델뤼크의 《피에스》가 감정의 시라면,
르네 클레르의 《엔트렁악》은 유희의 시이다.


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선언을 외친다 —
“영화는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리듬의 시,
움직임의 음악이다.”


프랑스 아방가르드 & 다다이즘 영화


1. 개념

1920년대 초 프랑스에서 등장한 예술운동으로,
이성의 질서에 반발하며 우연·리듬·유희를 강조한 실험적 영상운동이었다.


2. 주요 특징

논리의 거부 / 자유로운 이미지 연상

시각적 리듬 / 음악적 편집

예술 장르의 통합 / 종합예술적 실

유머와 풍자 / 현실 비틀기


3. 대표작

《엔트렁악》(르네 클레르, 1924)

《기계의 교향시》(퍼넌드 레제, 1924)

《바다》(장 엡스탱, 1926)

《안달루시아의 개》(루이스 부뉴엘, 1929)


4. 영화사적 의의 요약

영화의 순수성(Purity) 강조했다.

리듬, 빛, 이미지로 구성된 새로운 언어 창조했으며,

이성에서 감각으로 — 영화의 표현 범위 확장했다.

후대 실험영화, 영상시, 뮤직비디오의 원형 제공했다.


“영화는 이야기의 하녀가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춤이고, 하나의 시다.”

— 르네 클레르



영화 에세이, 고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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