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타》(La Souriante Madame Beude

《조타》(1923) 제르멘 뒬락 (Germaine Dulac)

by 이다연


《조타》

(La Souriante Madame Beudet, 1923)

감독 : 제르멘 뒬락 (Germaine Dulac)
제작 : 프랑스
개봉 : 1923년
러닝타임 : 약 40분
형식 : 무성영화 / 흑백
장르 : 드라마, 인상주의 / 페미니즘 영화


영상링크: https://youtu.be/8uju6fnmgZA?si=_GQTjuZ0AsoT2PI0



1. 줄거리 요약


《조타》(La Souriante Madame Beudet, “웃는 뵈되 부인”)은 겉으로는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여성의 감정적 속박과 억압된 욕망을 그린 혁신적 작품이다. 남편 뵈되 씨는 거칠고 무신경하며,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 마담 뵈되는 겉으로는 늘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깊은 고립과 내적 반항이 숨겨져 있다. 그녀는 음악과 꿈을 통해 감정의 탈출구를 찾지만, 현실은 늘 그 꿈을 짓눌러버린다.


어느 날 남편이 장난처럼 권총을 머리에 대며 “탁!” 하고 쏘는 시늉을 하자, 마담 뵈되는 그 권총에 진짜 총알을 넣어두며 자신의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는 총을 쏘지 않는다. 이 장면은 그녀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자, ‘행동하지 못한 반항’의 비극적 표현으로 읽힌다.


2. 영화적 특징 — 왜 중요한가?


1) 여성의 내면을 시각화한 최초의 영화


제르멘 뒬락은 이 작품을 통해 “여성의 감정 언어”를 처음으로 영화적 형태로 표현했다.
그녀는 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조명 변화, 거울 반사, 이중 노출 등의 시각적 이미지로
아내의 감정 흐름을 드러냈다.
그 결과, 《조타》는 ‘페미니즘 영화의 시작점’으로 불린다.


2) 감정의 리듬과 빛의 언어

▪︎뒬락은 루이 델뤼크의 인상주의 미학을 계승하면서도, 더 섬세하게 ‘감정의 리듬’을 활용했다.

장면 전환이 느리게 흐르고, 조명의 강약이 감정의 진폭을 대신한다.
특히 아내가 거울 앞에서 자신의 표정을 응시하는 장면은 ‘감정의 거울’ 그 자체다.


3) 페미니즘 시네마의 태동

이 영화는 ‘여성 감독이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내면을 그린 첫 작품’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비판이 아닌, 감정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3. 문화적·영화적 의의


1) 감정의 시각화 — 여성 인상주의의 완성


《조타》는 빛과 공간, 감정의 움직임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시각적 언어’로 변환했다.
이는 델뤼크의 ‘포토제니(Photogénie)’ 개념을 감성적으로 확장한 결과였다.


2) ‘순수영화(Pure Cinema)’의 페미니즘 버전


르네 클레르와 아벨 강스가 감정과 리듬의 예술로 영화를 정의했다면, 뒬락은 그 예술 언어를 ‘여성의 시선’으로 번역했다. 그녀에게 순수영화는 기술적 실험이 아닌 ‘감정의 해방’이었다.


3) 전후 여성의 사회적 자리


1920년대 프랑스는 전쟁 이후 남성의 부재로 여성들이 사회 전면에 나서던 시기였다.《조타》는 그 변화 속 여성이 여전히 감정적으로 고립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4. 감상평 및 분석


《조타》는 말로 하지 않는 울음이다. 그녀의 눈빛 하나, 손끝의 움직임, 거울 너머의 잔상들이 모두 감정의 언어가 된다.


이 영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침묵’ 그 자체에 있다. 관객은 그녀가 총을 들었을 때 두려움보다 슬픔을 느낀다. 그것은 폭력의 공포가 아니라, 자유를 갈망하지만 끝내 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조타》는 감정의 섬세함으로 페미니즘의 깃발을 들었고, 그 조용한 저항은 1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5. 감독 : 제르멘 뒬락

(Germaine Dulac, 1882 – 1942)


생애: 프랑스 아미앵 출생.

초기엔 저널리스트이자 영화비평가로 활동하다가 감독으로 전향했다.
여성의 감정과 사회적 위치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남겼으며,
프랑스 인상주의와 아방가르드 영화의 중심인물로 평가된다.


영화관

“영화는 감정의 리듬 그리고 내면의 춤이다.”

 — 대사보다 감정의 리듬과 시각적 이미지를 중시했다.

여성 감정의 미학화

 — 여성의 감정 세계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선구자였다.


영향력

그녀의 영화는 훗날 마야 데렌, 샹탈 애커만, 애그네스 바르다 등
여성 감독들에게 직접적 영감을 주었다.
또한 ‘감정의 리듬’이라는 개념은 현대 페미니즘 시네마 이론의 근간이 되었다.


6. 결론

《조타》는 *‘여성의 감정으로 영화 언어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제르멘 뒬락은 빛과 리듬으로 여성의 내면 서사를 그려내며, 영화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루이 델뤼크가 감정의 시를 썼고, 아벨 강스가 감정의 서사를 세웠다면, 제르멘 뒬락은 감정의 윤리와 존엄을 화면 위에 세운 영화시인이었다.

“나는 여성의 감정이
영화의 심장이 되길 원했다.”

— 제르멘 뒬락


7. 프랑스 인상주의 영화의 세 축


페미니즘 영화 (Feminist Cinema)


1. 개념 정의

페미니즘 영화란 단순히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라, 여성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기존 영화의 남성 중심적 구조를 비판하며, 여성의 주체성과 감정을 새롭게 재현하는 영화를 말한다.

즉, “영화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페미니즘 영화는
여성을 이야기의 대상에서
‘주체’로 되돌려 놓는 예술이다.”


2. 역사적 흐름


▣ 1단계 — 초기 시기 (1920~1930년대)

대표 감독 : 제르멘 뒬락(Germaine Dulac), 앨리스 기 블라셰(Alice Guy-Blaché)

특징 : 여성 감독들이 ‘감정의 리듬’, ‘내면의 언어’로 영화를 실험하던 시기다.

주요 작품 : 《조타》(1923), 《La Cigarette》(1919)

의의 : “여성의 감정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한 최초의 시도.” 였다.


▣ 2단계 — 고전 할리우드와의 대립 (1940~1960년대)

여성은 대부분 욕망의 대상, 순종적 캐릭터, 남성 서사의 보조자로 등장했다.

1950~60년대 페미니즘 비평이 시작되면서 고전 영화의 시선을 비판하기 시작.

이 시기의 분석은 이후 “시선의 정치학(The Male Gaze)”으로 발전한다.


▣ 3단계 — 이론적 전환기 (1970년대)

*로라 멀비(Laura Mulvey)*의 논문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1975)〉 발표.
→ 영화 속 카메라 시선이 남성의 욕망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여성 영화인들이 기존의 시각 체계를 해체하고 *‘여성의 시선(female gaze)’*을 제시했다.

주요 인물 : 샹탈 애커만, 마야 데렌, 캐서린 브레야, 샐리 포터


▣ 4단계 — 현대적 확장 (1980년대 이후)

주제의 확장 : 여성의 일상, 모성, 성적 자율성, 사회 구조 속의 억압 등

형식의 실험 : 다큐멘터리, 에세이 영화, 퍼포먼스 영화 등으로 다양화했다.

대표 감독 : 애그네스 바르다, 제인 캠피온, 소피아 코폴라, 그레타 거윅

의의 : 페미니즘 영화가 더 이상 ‘주제’가 아닌, ‘영화 언어 자체’가 되었다.


3. 핵심 이론 및 개념


4. 미학적 특징

감정의 리듬 — 대사보다 감정과 공간, 시간의 흐름으로 내면을 표현했다.

주체적 카메라 — 관음적 시선을 거부하고, 여성 스스로의 시각을 제시했다.

일상성의 미학 — 가정, 노동, 관계, 침묵 같은 평범한 삶 속의 감정에 집중.

서사 해체 — 전통적 기승전결 대신 감정의 파편, 기억, 몽환적 구조로 구성했다.

공간의 재정의 — 집, 거울, 거리, 방 등 여성의 공간을 내면의 확장으로 사용했다.


5. 대표 감독과 작품


6. 페미니즘 영화의 사회적 의의

영화 언어의 민주화 — 카메라의 권력을 남성 중심에서 해방시킴.

감정의 존중 — 논리보다 감정, 속도보다 여운을 중심으로 하는 감성 미학을 확립했다.

여성 감독의 등장과 확산 — 영화계의 다양성과 평등을 촉진.

시대의 거울 — 각 시대의 여성 현실을 반영하는 사회문화적 기록으로 기능했다.


7. 결론

페미니즘 영화는 단지 여성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적 혁명”이다.

이 영화들은 말한다 —

“여성의 시선은 곧
또 다른 예술의 언어이다.”


그 언어는 분노가 아닌 감정의 리듬,
대결이 아닌 존재의 깊이,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진심으로 흐르고 있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