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8. 〈윤제하의 커피는 왜 항상 식어 있을까〉
띠리리릭—!
신생아팀 호출음이 울렸다.
“제하 선생님, 커피 놓고 가요!”
서이나가 외쳤고
윤제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동시에 달렸다.
따끈한 커피 두 잔은
커피 스테이션 위에서 아주 평화롭게 있다...
“산모님! 저희 왔습니다!”
분만실에 들어서자
긴장과 숨소리, 땀 냄새,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순간의 집중’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서이나는 장갑을 끼며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고,
윤제하는 차분하게 산모의 손을 잡아 주었다.
“괜찮습니다.
지금 아주 잘하고 계세요.”
그리고
순간이 왔다.
서이나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받아 들었다.
미끌하고, 따뜻하고, 아주 작고
그러나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한 존재.
그리고—
“응애——!!”
아기의 첫울음이 터졌다.
분만실 전체의 공기가
눈물과 안도의 온도로 잠시 흔들렸다.
산모는 눈을 감고 울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윤제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산모님과 아기가 다 해내신 거예요.”
서이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순간을 위해 커피가 식는 거지.
모든 처치를 마치고
둘은 조용히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커피는?
네. 그대로였다.
따뜻했던 흔적 없이, 냉혈한 같은 커피 두 잔.
윤제하가 천천히 컵을 들었다.
한 모금 마신 뒤, 미소를 지었다.
“커피가 왜 식어야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서이나가 눈을 깜빡였다.
“왜요?
깨달음이라도 얻으셨어요?”
윤제하의 목소리는 아주 잔잔했다.
“오늘 그 아기가
첫울음을 내질렀잖아요.
그 한순간을 함께했다는 게…
식은 커피보다
훨씬 따뜻하더라고요.”
서이나는 가만히 그 말 위에 미소를 올렸다.
“진짜 미라클은…
항상 그 5분 안에 있죠.”
“맞아요.
그래서 제 커피는
늘 희생되는 겁니다.”
“그럼 커피 유공자로 인정합니다.
윤제하 선생님.”
윤제하가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 식었지만 나쁘지 않네요.”
서이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쵸?”
띠리리릭—!
둘은 동시에 멈춰 섰다.
윤제하가 자신의 컵을 내려놓았다.
서이나는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고정했다.
“또 …?”
“병동은 오늘
우리를 가만두기 싫나 봐요.”
이번 호출은 ‘신생아 호흡 모니터 알람’.
아까 태어난 아기가 아니다.
조금 더 작은,
조금 더 불안정한 아기였다.
둘은 말없이 달렸다.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긴장—
“제발 아무 일 없기를”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생아실에 도착한 순간,
아기는 작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자발 호흡이 잘 돌아오고 있었다.
서이나가 작은 손을 살며시 감싸며 말했다.
“괜찮아, 아가. 놀랐지?
선생님들이 옆에 있어.”
윤제하가 모니터를 재설정하며 말했다.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네요.”
둘은 아기의 호흡이 안정되는 걸 확인하고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서이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참… 웃기죠?
한 생명은 태어나고,
또 다른 생명은 겁을 먹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계속 뛰어다니고…”
윤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커피가 늘 식는 거예요.”
서이나가 피식 웃었다.
“이제는 인정하죠.
병동이 제하 선생님
커피 온도를 결정하는 거예요.”
둘의 눈빛은 피곤했지만
방금 지켜낸 작은 생명 때문에
눈가가 따뜻하게 물들어 있었다.
“병동은 늘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로 가득해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놀라서 울고,
우리는 그 사이를 전력으로 달리죠.
식어버린 커피를 다시 따뜻하게 데울 시간은 없어도, 누군가의 온기를 지켜내는 시간은 항상 만들어져요.
오늘도,
두 번의 호출과
두 개의 작은 심장,
그리고 한 컵의 식은 커피와 함께
우리는 또 하나의 미라클을 지켜냈어요.
“병동에는 늘 조용한 기적이 흐르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신생아실에서 ‘누군가’가 밤마다 음악을 틀고 있어요.
아기들은 더 깊이 잠들고,
간호사들은 괜히 마음이 말랑해지고…
하지만 정작 누가 그 음악을 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새벽 순회 중 들린 피아노 소리,
그리고 —
잠든 아기들의 곁에서
살며시 흐르는 ‘그 선율’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병동의 작은 기적은
늘 예상 못한 곳에서 피어나요.”
진짜 간호사의 성장기,
EP.29. 〈신생아실의 미스터리 음악가〉 에서
병동의 가장 따뜻한 ‘밤의 비밀’을 만나보세요.
다음 주 목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멜로디가 흐를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