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마르다.

by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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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렀고,
잔은 비지 않았으며,
입술은 젖어 있었다


물인가?
사랑인가?
진실인가?


갈증은 혀에 닿지 않는다
갈증은, 내가 누구인지 묻는 물음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었던가


마음 깊은 곳
형체도 없고 말도 닿지 않는 한 점 허기

그곳이, 목마름의 근원이었다


갈증이란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의 기억이다


어디선가

완전했던 순간이 있었고,

그런데도 나는 마르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때의 충만함을 회상하며
텅 빈 이곳에서 그늘을 마신다


세상은 목이 마르다

나는 질문하고,

세상은 침묵한다


나는 세상을 닮아 마르고,

세상은 나를 닮아 침묵했다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마셔야 할 것은

물이 아니라

내 안에 가라앉은 고요한 응답


나는 오늘도,

내 안의 고요를 향해

천천히, 갈증을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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