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주일 전 파혼 위기

99일 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by 자몽까는언니

서른아홉이란 늦은 나이에 단 2주 만에 결혼을 약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비신랑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청담동에 중정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할게. 내가 반드시 약속하겠다고는 못하더라도 그렇게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겠다고는 약속할게. 적어도 꼭 서래마을에서는 실현할 수 있도록 할게.


‘적어도 서래마을이라니 그는 나를 보고 껄껄껄 웃었다. 이 남자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말해준 사람이 말이다. 그는 내 꿈을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인 꿈으로 봐주었다. 그리고 본인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설령 그가 한 말이 사탕발린 거짓말이더라도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어린 시절 친할아버지댁 마당에서 뛰어놀며 할아버지 정원을 벤치마킹해서 더 멋진 정원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정원은 여러 장면으로 사진처럼 선명하게 늘 내 마음속에 있다. 마당이 있는 집을 짓고 사랑스러운 나의 가족들과 함께 우리 집에 웃음소리가 가득하도록 행복하게 살겠노라는 간절한 꿈이 있었다.


어디 그 말 뿐이겠는가. 그는 나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나를 배려해 주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해 주었다. 그럼에도 이 남자와의 결혼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딱 한 가지가 있었다.


결혼 전 작은 걱정은 결혼 후 큰 걱정으로 다가온다

나보다 결혼을 일찍 한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다. 결혼 전에 보이던 작은 걱정은 결혼 후에 더 커지면 커졌지 절대로 작아지지는 않다고 했다.


예비신랑에게 걸리는 딱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그의 누나에게 전화가 꽤나 자주 온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가족끼리 자주 왕래하는 것이 사이가 좋은 거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도 내 느낌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나는 의존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내 계획에 없는 사람이 내 일상에 깊이 개입하게 된다면 무척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았다. 나는 고민 끝에 결혼이 파투가 날 각오를 하고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당연히 그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라는 동물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원가족을 보호하려는 책임본능이 있다. 아무리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라도 말이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가장의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원가족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준다면 꽤나 방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부분을 양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파혼을 하게 되더라도 이러한 내 생각을 전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지 않겠는가.


그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본인도 누나에 대해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전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그가 누나에게 주의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사람을 볼 때 말을 믿지 않고 행동을 본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줄지 관심을 기울였다. 이후 그는 누나에게서 전화가 오면 통화를 짧게 하고 끊는다던지 혹은 전화를 받지 않고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콜백을 해주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나를 위해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더욱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대망의 결혼 일주일 전

우리는 교제를 시작한 날부터 결혼식 날까지 매일 만났다. 그도 그럴 것이 만난 지 99일 만에 결혼하려면 만나서 해야 할 스케줄들이 살인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발생했다.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이 임박해서 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집에 전기공사를 해야 된다고 해서. 내가 같이 있어드려야 돼. 그래서 오늘 약속을 몇 시간 미뤄야겠어.


약속 시간 직전에 파투를 내면서 심지어 일방적으로 통보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황당했다. 보통 직전에 약속을 취소할 때에는 아무리 타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적어도 ‘미안한데 이만저만한 사정이 있어서’라고 서두를 붙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렇게 서두를 붙이더라도 약속 직전에 캔슬은 상당히 예의가 없는 행동이다. 하물며 당당한 그의 태도에 당황스럽고 기분이 매우 나빴다. 평소에 자상한 사람이라 그 괴리가 커서 그런지 불쾌감이 더욱 크게 들었다.


나는 그 날밤 그를 만나 이러한 나의 마음을 그에게 전했다. 그런데 그는 되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어떡해. 당장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 이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약속 시간 직전에 파투를 내면서 미안하다는 한 마디 없이 되려 떳떳한 그의 태도에 ‘이 사람은 기본적인 매너도 없는 사람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실시간 대기조인가? 이 사람에게 나는 아무렇게나 약속을 미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가? 결혼이 코 앞에 다가왔으니 벌써부터 다 잡은 고기라고 생각하고 본모습을 보이는 건가?’

나는 사소한 부분에서 보이는 미심적인 행동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그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고 이것 때문에 우리는 무척 크게 싸웠다.


결혼식 일주일을 앞두고 그가 본모습을 보인 걸까?

당장 1주일 뒤가 결혼식인데 이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해도 되는 것인지 갈등이 되었다. 내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끝까지 이야기를 들은 언니는 한 마디 했다.


그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니 편안한 마음으로 식장에 들어가거라.


언니 말로는 예비신랑도 무척 예민해져 있는 상태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홀어머니인데 결혼 전에 얼마나 신경 쓰이겠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언니는 심각한 일이 일어난 줄 알았는데 들어보니 귀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언니: 너희 시어머니 좋다며?


나: 너무 좋죠.


언니: 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시어머니가 결혼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게다가 이제 네 나이에 헤어지면 너 남자 못 만나. 결혼 못해!


나: (웃으며) 언니 저 남자 만날 수 있어요.


언니: 그래 그럼 그렇다고 치고. 그런데 이런 시어머니는 평생 못 만난다고 보면 돼. 헤어질 거면 그건 각오해.


나: …


이런 시어머니는 평생 못 만나


언니의 마지막 문장을 듣고 곱씹어보니 정말로 내 인생에서 우리 시어머니 만한 분은 다시 못 만날 것 같았다. 항상 웃으며 내게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셨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다면 시간이 지나고 조금의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런 시어머니를 놓친다면 내가 평생을 땅을 치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마음을 다잡고 원래대로 그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이 일에 대해서 그는 끝까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대신 한 가지를 부탁했다.


결혼 하루 전날만큼은 아무 약속 잡지 말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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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화가 남았습니다. 브런치 글이 30화까지 밖에 기재할 수 없는 것을 몰랐습니다. 공모전 응모를 해서 수정도 안되네요. 공모전 결과 발표가 끝나는 데로 수정을 해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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