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은 무조건 유럽

99일 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by 자몽까는언니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지, 신혼여행으로 어디를 가는 게 뭣이 중헌디!’라고 생각하던 나였다. 막상 마흔을 앞두고 결혼이란 게 현실로 다가오니 좋은 사람과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상받고 싶을 정도로 좋은 곳 말이다.


처음에는 신혼여행지로 몰디브를 생각했다. 아무래도 촉박한 일정으로 결혼을 진행하다 보니 식 이후에는 그저 멍 때리고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몰디브는 10여 년 전 신혼부부들에게 가장 핫한 신혼 여행지였다. 20대 시절에 막연히 꿈꿨던 오랜 버킷 리스트였다.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가지면 아이가 클 때까지 한동안 유럽여행은 꿈도 꿀 수 없어. 그러니까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가.


친구의 말을 듣고 굳이 바다만 있는 몰디브를 신혼여행으로 가는 게 맞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유적과 자연을 즐기고 쇼핑과 맛집까지 즐길 수 있는 이태리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특히 코모 호수에 무척 가보고 싶었다. 유럽의 상류층들이 휴가로 방문하는 코모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장소였다. 몰디브나 이태리 모두 여행경비가 만만치 않겠지만 비용을 떠나 아이를 가졌을 경우 몰디브는 휴양지이니 여행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이태리는 이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랑 함께 가기에 무리가 되어 보였다. 이번 기회를 날린다면 이태리는 인생에서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거처럼 느껴졌다.


나 신혼여행으로 이태리에 꼭 가고 싶어.


예비신랑에게 말했다. 우리 둘은 결혼 준비로 이미 방전 상태였기 때문에 결혼식이 끝나고 최악의 컨디션으로 이태리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7월은 이태리 여행의 성수기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고민 끝에 신혼여행은 3개월 미뤄서 10월에 가는 것으로 하자고 결정 내렸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마음이 놓인 것도 잠시뿐이었다. 신혼여행 시기는 미뤘지만,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비행기 표와 숙박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밤을 지새우며 대략적인 이태리 여행 코스를 짰다. 특히 코모에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숙소가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의 숙소만큼은 미리 예약을 했다. 결혼 식 후 몇 달 뒤 확인해 보니 숙박비가 몇 배로 올라서 미리 예약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간곡한 부탁으로 비싼 숙소를 예약해 준 예랑이에게 무척 감사했다.


예랑이는 그래도 결혼식 바로 다음 날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자고 제안했다. 처음에 나는 반대했다. 안 그래도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일본까지 가는 것이 부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태리와 일본 모두 다 가자고 나를 설득했다. 그의 말대로 막상 식 끝나고 바로 신혼집에 들어갈 것을 생각해 보니 조금 우울한 마음이 들 것 같아 내키지 않기는 했다. 마침 엔화가 더 떨어져서 가볼 만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우리는 또 밤을 지새우며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와 숙소 예약까지 마쳤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모바일 청첩장을 완성시켰다. 한꺼번에 몰아서 많은 일을 진행하며 우리는 데이트 시간을 간절하게 갖고 싶었다. 물론 우리는 매일 만나기는 했지만 ‘결혼 프로젝트’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무 파트너 마냥 만나면 일만 했다. 결국 그렇게 바쁜 와중에 1박 2일로 국내여행도 다녀왔다. 피곤했지만 여행을 하는 1박 2일 동안만큼은 결혼준비를 생각하지 않았다. 둘만 생각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달콤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결혼 프로젝트’가 막을 내리고 우리 둘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매 순간을 즐겼다.


이태리 여행과 일본 여행 모두 계획해 준 예비 신랑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일본을 다녀온 후 바로 엔화가 올랐다. 신랑 말 듣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끝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신혼 생활이 적응이 될 무렵인 식 3개월 뒤에 이태리 여행을 간 것도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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