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눈이 오름

또 한 번의 사과

by 아우티스

갑작스러운 제주행
나의 생일 겸, 갑자기 가고 싶어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오름도 많다. 무려 360여 개에 달한다.

그 많고 많은 오름 중에 오늘 나의 선택은, 바로 용눈이 오름이다.

용눈이 오름은 해발 247.8m.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주위를 돌면서 천천히 올라가게 되어 있다.
산책하듯 걷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 생각하며 걸었다.
게다가 제주스런 경치는 덤처럼 따라온다.

나는 그 길을 한참 걷는다. 그리고, 또 한 번 나에 대한 반성을 한다.

나에게는 누나가 한 명 있다.
어렸을 적부터 나에게 아주 헌신적인 누나였다.
여느 남매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마음이 아주 여린 사람이다.


용눈이 오름은 등성이마다 왕릉 같은 봉우리가 봉긋봉긋 솟아 있고,
형세가 마치 용이 누워 있는 모습 같다고 한다.
그래서 '용논이' 혹은 '용눈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형상은 딱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길의 풍경만큼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늘 아침엔 날씨가 맑았지만, 갑자기 흐려졌다.
제주 날씨는 참 변덕스럽다.
어쩌면 예전 내 성격도 그랬던 것 같다.
아침엔 기분이 좋았다가, 어느새 세상을 다 잃은 사람처럼 변하곤 했다.


그런 내가, 누나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
그 상처가 반복되었고, 결국 누나는 충격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나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과는,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정상에 오른 용눈이 오름의 풍경은 바람과 안갯속에 가려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다. 나 또한 그곳에 서서 직접적인 사과는 못했지만, 나를 많이 생각했던 누나에게 말없는 사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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