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덕임의 사랑>
곧바로 가지 않고 멀리 돌아서 감
고백을 우회한 한 여인이 있다. 이 여인은 자신의 삶이 중요했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에게 그 마음을 표현한다면,
자신의 삶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 여인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덕임이다.
덕임은 궁녀이다. 이 운명에서 그를 사랑하면, 자신의 삶을 잃은 것이라고 분명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산'은 한 나라의 군주이다.
모든 이들을 품어야 하는 군주이기 때문에 오직 덕임만을 품지 못했다.
그럼에도, 덕임은 용기를 냈다.
그녀는 추구했던 자신의 모습을 이산과의 사랑으로 양보했다.
덕임은 그 마음을 말로써 표현한다기 보단,
그의 곁을 지키며 그녀만의 방식으로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고 덕임은 아들을 잃은 후 숨을 거둔다.
그 순간, 이산은 덕임에게 물었다.
너는 나를.. 조금도, 연모하지 않았느냐?
아주 작은 마음이라도, 내게는 주지 않았어?
덕임이 사랑을 표현한 그 방식이 그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전해지지 못했다.
그녀는 숨을 거두기 전, 이산에게 자신의 마음을 우회하여 전한다.
아직도 모르오시옵니까?
정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멀리 달아났을 것이옵니다.
결국 전하의 곁에, 남기로 한 것이..
제 선택이었음을..모르시옵니까
그녀의 고백은 포장지로 꽁꽁 숨겨져 이산에게 닿았다.
어떤 이들은 덕임이 '전하를 연모하였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이산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한다.
덕임은 이산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고백'의 무게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는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결코 도망치지 않았다.
‘月が綺麗ですね’
'달이 아름답네요.'
일본에서 전하는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
가장 깊은 마음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마음을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의 무게를 알기에 우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