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가라앉은 자리에서, 작고 빛나는 생명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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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고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슬픔이 바다처럼 가라앉은 자리에서, 빛없는 생명이 조용히 피어났습니다.
이번 편은 '이별 이후의 바다'를 기억하는 조용한 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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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고래가 사라졌다.
별빛은 한동안 흔들리지 않았고,
파도는 고요하게 숨을 멈췄다.
바다는,
누군가의 이별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울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는 느끼고 있었다.
가장 조용한 상실이 지금, 그 속에 내려앉고 있었다.
파도는 매일 같은 자리를 비웠고,
별빛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깊은 바다 밑바닥 어딘가에서
꽃 하나가 피기 시작했다.
눈에 띄지 않았고, 향기도, 이름도 없었다.
하지만 그 꽃은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슬픔이 흘렀다는 것을.
꽃은 말하지 않았다.
다만 아주 천천히,
그곳에 머물렀다.
언젠가 누군가가
다시 이 바다를 기억해 줄 때까지.
그날 밤,
작은 물고기 하나가 그 꽃 옆을 지났다.
물고기는 멈춰 섰다.
꽃은 고개를 숙였다.
그건 인사였고,
인정이었고,
이해였다.
그날 이후, 바다는 조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파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별빛이 다시 물 위를 흔들었다.
그리고 아주 먼 곳에서
숨죽인 채 멀리 있던 고래의 심장이, 마침내 조용히 다시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을
바다는 알고 있었다.
그 꽃은 피어 있는 채로
고래의 귀를 기다렸다.
다시 들려올 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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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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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는
비어 있음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가능성을 말합니다.
상실은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입니다.
감정 치유 에세이입니다.
다음 편: 《별고래의 마지막 노래는 너에게 남겼단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 글·그림 ©DivineHe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