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Top 10 list'를 사랑하는 나라

가요 톱10 말고요....

by 이제 Primary

멘체스터가 런던을 제치고 2025년 영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편리한 대중교통, 활발한 취업시장, 높은 주거만족도 그리고 개선된 녹지와 치안이 주요 선정 이유라네요. 다양한 부동산 투자 사이트에서 이를 활발히 홍보하며, 맨체스터의 미래에 투자하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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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회사도 수년간 영국의 일하고 싶은 회사 (Top employer) 1위로 뽑힌 점을 강조합니다. 순위는 매년 바뀌나, 한번 Top 10에 올라온 기록이 있으면, 몇 년이고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나 봅니다. Top 10 하면 또 관심이 많은 분야가 대학교 순위이죠. 미국 아이비리그 중심으로 매년, Forbes, Economist, The guardian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데, 이는 사실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보유한 나라, 영국이 원조라고 하네요.


학교, 도시, 회사, 공공 서비스 등 무엇을 고르든 영국 사람들은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순위 정보가 복잡한 선택지를 간결하게 비교할 수 있는 도구 역할을 하는 거죠. 서열과 분류에 대해 은근 애착이 있는 거 같은데, 이는 줄 세우기 문화와 순위 분석이라 하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쟁력(?)이 있는 한국과 참 닮은 점인 거 같습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영국은 참으로 거의 대부분을 줄 세우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직접 나서 이를 알리기도 합니다.


계층에서 비교로...


영국의 순위 문화는 질서와 계급의 역사적 기원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귀족, 중산층, 노동계급으로 나뉜 사회 구조를 유지해 왔고, 지금도 그렇지만 이로 인해 서열과 비교가 사회전반에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1215년 당사 King John이 서명하며, 민주주의와 입헌주의의 초석이 된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는 법 앞의 평등과 권력의 제한을 명시하며, 영국의 공정한 규칙 기반 사회로 가는 근간이 되었고, 오늘날 공정한 평가와 순위 매김 문화로 이어진 정신적 기반이 되었죠.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 관리와 군대 조직 운영을 위해 엄격한 계급과 순위 체계를 도입해, 이는 영국 사회 전반에 질서와 서열의 행정 문화를 심화시키게 됩니다. 또한 과거 혈통이나 작위가 지위의 척도였다면,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계층의 이동 과정에서 직업적 서열을 강조하였고, 학교, 병원, 도시, 직장 등 다양한 분야가 공공 순위와 성과 지표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순위와 랭킹에 진심인 영국은 일상생활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요. 마트별 주요 품목의 가격 순위, 크고 작은 거리와 상점에서 철저히 지켜지는 줄 서기(queueing) 등, 공정성과 규칙 그리고 수치화된 평가를 중시하는 게 단순 생활 습관을 넘어,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은 거 같습니다. 제 직장에서도 자동차 스마트 기능 분석에 있어, scoring, rating 등 세부 분석을 통해 항목별로 비교와 평가를 지나치게 수치화하는 경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순위와 랭킹이 활발한 분야는 아래와 같습니다.


학교 랭킹

영국은 오랫동안 학교와 대학을 비교하기 위해 성적표 형식의 순위표 (league table)를 활용해 왔습니다. 글로벌 대학순위의 기준도 예전부터 영국식 모델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인가요? 여전히 옥스퍼드, 캠브리지 같은 전통적인 영국의 명문 대학교가 전 세계 순위 상위권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네요.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경제, 사회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영국이 명문대의 위상은 여전하다니, 사실 그렇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네요.


학교 순위 매기기는 교육 전반에 퍼져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초중고등학교 평가제도인 Ofsted 시스템 (Office for Standards in Education, Children's Services and Skills) 이 있습니다. 각 학교의 학업성취도, 수학평가, 인프라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학교 등급을 4 단계로 나눠 발표합니다 (Outstanding, Good, Requires Improvement & Iadequate). 이는 선호 학교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높은 등급의 학교가 포함된 관할 지역(Catchement area) 일수록 입학 자격 주소지를 맞추기 위해, 많은 가족들이 이주를 하는 지역이 되고, 이는 곳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강남으로 몰리는 학군수요, 이로 인해 상승하는 아파트 가격.... 한국과 같은 모습이네요.


심지어 영국은 이 같은 학교 평가 점수를 정부 사이트에서 손쉽게 열람하고, 여러 학교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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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주요 언론들도 매년 최고의 중등학교 순위를 (공립, 사립을 가리지 않고) 여러 지표를 참고하여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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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 가족도 맨체스터 지역, 살 동네를 고를 때 학군과 학교 평가 리스트를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였고, 지금까지도 접하는 다양한 잡지나 신문에서 학교 순위 및 평가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부형들 간 대화에 단골 소재이며, 학교에서도 높은 평가점수를 받아야 학생 유치, 투자 유치가 수월해지니, 평소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상급 학교 진학 성적을 높이기 위해 방과 후 보충수업이나, 경시대회 준비에 학생들을 독려하고 학교차원에서 공부방을 여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분위기입니다.


도시 랭킹

미디어와 소비문화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BBC, The Times 등 주요 언론에서 매년 살기 좋은 도시, 선호하는 도시 Top 10 리스트를 자주 발표하면서 랭킹 문화가 대중화되었습니다. 지역별 세분화도 되어 있어, 지방 중소도시 기준 Top 10, 북부 잉글랜드 가족 친화 지역 Top 10등 순위도 점점 구체적입니다. 특히, 부동산 거래 사이트를 보면 굉장히 구체적으로 도시별 가격추이와 새로운 개발호재와 인프라 정보를 분석하고, 학교와 관공서와 연계된 가격 비교, 심지어 동네의 백인 비율, 직업군 비율 등도 랭킹화 해서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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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같이 런던 말고 다른 도시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던 가족의 경우, 이주하는데 굉장히 유용한 정보였습니다. 일반 사이트뿐만 아니라, 집을 구할 때 도시별 병원, 녹지 및 교통 등 공공서비스에 대해 정부 사이트에서 투명하게 순위를 공개하니 사용자의 성향에 맞게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 Top 10에 대한 관심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키워드이죠. 검색엔진과 SNS의 영향을 통해, 'Best cities to live', 'Top places to visit' 같은 키워드가 영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와 분야에서 인기를 끌면서 순위 콘텐츠가 늘 인기가 있게 되었죠. 심지어 사회전반의 순위 매기기 가능한 주제에 대해 멋진 비주얼과 함께 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사이트도 여럿 활용되고 있습니다.


화면 캡처 2025-07-19 173022.png visual capitalist 사이트 랭킹 주제 예시
Top 10, Best-rated 등의 표현은 영국 사회 '대화의 기본문법'


영국에 살며 당연시 접하는 이러한 순위 문화는, 개인이 사회 속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도출된 지표를 참고하여 최적의 선택을 하고, 자신의 취향과 삶의 기준에 따라 다 나은 곳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는 기준이 된다는 자기 계발적, 동기부여적인 요소는 좋아 보이는데요.


자칫 변질될 경우, 학교 줄 세우기처럼 지나친 비교문화를 통해 소모적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가 빈번해집니다. 순위가 자칫 성공의 언어가 되고, 사회구성원 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한국이나 일본, 중국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영국의 경우도 학생의 진로 선택이나, 주거지역, 소비형태 등의 서열화로 곳곳에서 갈등이 있어 보입니다. 순위에 밀려 소외되는 주체가 생겨나고, 순위 경쟁을 통해 계층 간 단절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은 주의해야 할거 같습니다.


좀 더 살아보며, 한국의 순위 문화와 비교해 볼만한 점이 많은 영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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