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트럼프, 기묘한 관계의 말로

by 노경문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동맹을 넘어선, 하나의 서사였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머스크는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공개적으로 움직였다.


그가 주도한 온라인 캠페인과 여론몰이는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큰 힘이 됐고,

마침내 트럼프가 당선되자 두 사람은 새로운 실험에 돌입했다.


트럼프는 정부 내 조직 효율화를 명분으로 ‘도지(Department of Governmental Innovation)’라는 기구를 신설했고,

머스크를 초대 수장으로 앉혔다.

혁신의 아이콘과 권력의 상징이 손을 잡은 셈이었다.

하지만 그 꿀 같은 시간은 고작 3개월뿐이었다.

머스크는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명목 아래 별다른 설명 없이 전격 사임했고, 이후 트위터에 트럼프를 겨냥한 비판의 글들을 잇달아 올렸다.


트럼프도 곧바로 트루스소셜에서 머스크를 조롱하며 맞불을 놨다.


불과 며칠 전까지 국가를 위해 협력하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서로를 향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머스크의 글엔 유난히 감정이 실려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정부라는 조직을 신뢰할 수 없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지, ‘지나치게 믿지 마세요.’”
그 말들은 언제나 냉철하고 계산적이던 그의 이미지와 어긋났고,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설전은 결국 ‘서로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로 봉합되었지만, 이미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했다.

머스크의 사임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루머가 돌았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었던 건 ‘약물 복용’ 문제였다.

일부 내부자들은 그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이를 치명적인 리스크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수많은 기업을 성공시킨 천재 CEO였던 머스크.
그러나 정치판은 기술과 자본이 통하던 세계와는 달랐다.

그는 ‘팩트와 논리’가 통할 줄 알았다.
그가 평소처럼 데이터와 방향성으로 설득하려 했을 때, 정치는 오히려 ‘침묵과 암시, 우회와 기싸움’으로 답했다.
그는 ‘정치의 언어’를 믿었고, 그 믿음은 너무 순진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는 천재였지만, 권력의 문법을 몰랐다.”

반면 트럼프는 머스크의 불안정함을 본 순간, 결정을 내렸다.
리더가 흔들리는 모습을 대중 앞에 보여줄 순 없었다.
그 냉정한 손절은 트럼프식 정치의 진면목이었다.

이제 머스크는 적어도 다음 대선까지는

SNS 활동을 줄이고, 본업과 기부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퇴장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작전상 후퇴’에 가까울 수도 있다.

역사에는 이와 닮은 장면들이 있다.
유방과 한신.
서로를 필요로 했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두려워했다.
필요는 의심을 낳고, 의심은 제거를 부른다.
그리고 제거된 자는 언제나 역사책에 ‘비극’으로 남는다.

머스크와 트럼프도 서로를 이용했고, 결국 상처만 남겼다.
정치와 권력, 야망과 감정이 얽힌 그들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머스크는 퇴장하지 않았다.

우리는 알 수 없다.
이 침묵이 끝난 자리에서 그는 어떤 얼굴로 돌아올지.


다만 분명한 것은, 진짜 힘이란
총성이 멈춘 뒤에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전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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