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베노믹스의 거울을 보다

by 노경문

요즘 뉴스를 켜면 공기가 묘하다.
거리의 상점은 한산하고, 지표는 냉랭한데,
그래프 위의 숫자만 뜨겁다.
사람들은 물가를 탓하면서도,
계좌의 빨간빛을 보며 안도한다.
현실은 식었는데, 욕망만은 계속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구호 아래 돈을 풀기 시작했고,
그 돈은 기업이 아니라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이 들썩였고, 사람들은 잠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그건 열기가 아니라 착시였다.
돈은 돌았지만, 삶은 변하지 않았다.
경제는 살지 못했는데, 숫자는 살아 있었다.
그게 일본이 만든 ‘성장의 환상’이었다.

이상하게도 지금 한국이 그 거울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풀린 돈은 주식으로 몰리고,
코스피는 4,000을 넘었다.
실물은 얼어붙었는데, 그래프만이 불타오른다.

나는 그 불길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시장은 언제나 먼저 흔들리고, 인간은 그 진동에 늦게 반응한다.
이건 정말 위험의 신호일까,
아니면 오래된 예언의 재현일까.
누군가는 “버블이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 버블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무섭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인간이 불안할수록,
움츠러들기보다 더 크게 흔들리니까 말이다.

돈은 멈추지 않는다.
그저 방향을 바꿀 뿐이다.
정부가 부동산의 문을 닫으면,
자본은 새로운 문을 찾는다.
지금 그 문은 주식시장으로 보인다.
이건 욕망의 순환이 아니라 구조의 전환이다.

외국인 자금이 몰려드는 것도 그 증거다.
그들은 언제나 한발 먼저 들어와서,
한발 먼저 떠난다.
그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건,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뜻이다.
시장은 이미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고,
그 위험이 예측 가능한 지금이
오히려 가장 조용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는 일본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건 이미 한 번 재현된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과정을 알고 있다면,
그 실패를 징조가 아닌 시그널로 읽을 수 있다.
아베노믹스는 ‘돈을 풀면 망한다’는 교훈이 아니라,
‘방향 없는 돈이 망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유동성은
망조가 아니라 기회의 씨앗일 수도 있다.

두려움은 언제나 뒤늦게 찾아온다.
그러니 나는 지금이 두려운 시점이 아니라,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부동산은 닫혔고,
정부는 돈을 풀었으며,
시장에는 아직 신뢰가 남아 있다.
정책이 불안해도, 사람의 심리는 더 불안하다.
그 불안이 만든 파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이 시간을 버블이라 부르지 않는다.
버블은 항상 지나가고 나서야 그렇게 불린다.
지금은 그저 변화의 초입이다.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움직인다.
미래가 예측된다는 건 드문 일이다.
그 드문 시기에
움직이는 쪽이 결국 방향을 만든다.

거울 속 일본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우리처럼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미리 움직일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아니,
아직은 멈추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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