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온 마음

by 진하준

너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그 순간까지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길 위의 바람은 방향을 바꾸고, 가로등 불빛은 조금씩 길어졌지만,

내 감정만 그 순간에 고정된 듯했다.


그 시절, 나는 알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깊은 마음을 받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랜 시간 조용히 나를 감싸고 있었는지를



나는 불안과 외로움에 흔들렸고, 그 옆에서 너는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내 안의 불안에만 몰두했고, 네가 보내준 진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기댔고, 울었고, 흔들렸다.

결국 네가 흘린 눈물은 내 마음을 적시고,

나에게 상처로 남았다.


이제야 느낀다. 사랑은 가까이 있을 때는 들리지 않고,

멀어진 뒤에서야 그 울림이 선명해진다.

너 없는 지금에서야 나는 그 사랑이 얼마나 조용하고도

깊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하고 싶었던 말들은 있었지만 그건 고백도, 해명도 아닌

텅 빈 골목에 흩어지는 공허 같은 것이었다.


우린 연인이었던 적도 없고, 서로의 마음이 같았던 적이 없었기에

‘사랑해’도 ‘미안해’도 입에 올릴 수 없었다.

그저 창백한 겨울 햇살처럼 손끝과 숨결 사이를

스쳐가던 감정만이 그 시절을 조용히 채우고 있었다.


말을 꺼내려는 순간마다 침묵이 더 정직해 보였다.

끊긴 대화의 메아리 속에서 나는 말 대신 고개를 돌렸고,

너는 말 대신 등을 보였다.


그땐 정말 몰랐다. 네가 나를 좋아했을 때 나는

그 감정을 가볍게 넘겼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쫓느라 너의 진심엔 그림자조차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너의 눈빛이 다른 누군가를 향한 걸 본 순간

나는 내 안에 쌓여 있던 마음이 낙엽처럼

부서지는 소리로 무너지는 걸 느꼈다.


내가 널 좋아하게 되었음을,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가버렸음을.

나는 두려웠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더한들

이미 너의 시간은 나 없이 흐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침묵은 결국 너를 더 멀어지게 만든 벽이 되었다.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내게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쓸쓸하게 날 선 계절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회색빛 오후처럼, 그 곁에 조용히 머물러주던

너의 온기가 사랑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겨우 알아차렸다.

지금 나는 네 앞에 설 용기도, 네 이름을 부를 힘도 없다.

남은 건 지나쳐버린 순간들과 너무 늦게 도착한 마음뿐이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내 마음을 인정했더라면,

지금 너의 곁에 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건 처음부터 내가 가질 수 없는 자리였던 건 아닐까.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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