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24년을 뒤흔든 이슈 중 사적 제재에 대한 논쟁은 가히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 시작은 2020년 당시 폐쇄된 이후 4년 뒤 다시 부활한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악성 범죄자의 신상을 박제하여 대신 벌하겠다는 명목 하에 개설된 디지털 교도소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디지털 교도소는 이미 2020년, 1기 운영자의 범죄 혐의와 인격 살인이라는 반사회적인 개설 사유, 그로 인한 수많은 무고한 피해자들로 인해 폐쇄되었던 사이트다. 그런데 4년 만에 이 디지털 교도소가 부활한 것이다. 기존의 공개된 범죄자들의 신상과 그 후 새롭게 일어난 사건들의 피의자 신상도 포함되었고, 심지어 사이트의 UI까지 더욱 리뉴얼되어 돌아왔던 디지털 교도소 2기.
뜻밖에도 이 디지털 교도소 2기를 반기는 시민들이 상당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는 사법부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이들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런 사이트가 나왔겠냐, 얼마나 사법부가 무능해 보였으면 이랬겠냐와 같은 댓글들 속에서 디지털 교도소 2기의 막이 올랐다. 4년 전의 논란보다 현 사법부에 대한 분노가 찬성 의견을 불러온 것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한 의대생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회칼로 여러 차례 찔러 무참히 살해한 '강남 의대생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보이는 여러 언론들의 보도 경쟁과 각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가해자의 신상을 특정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디지털 교도소 2기는 타이밍 좋게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가해자 최 씨의 신상이 디지털 교도소에 '박제'되었고, 사람들에게 유익한 사이트로 각인되는 것에 성공했다.
익명 채팅 사이트인 텔레그램을 통해 디지털 교도소 2기 운영진과 문답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사법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부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엔 제대로 검토를 한 후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분명 나는 기사 사진 활용 질문을 제외하고 총 6개의 질문을 했을 터인데, 총 3개의 질문에만 답변을 해왔다. 지난 운영진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입장, 그들과의 관계 그리고 만일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의 대응 방안에 대한 질문은 넘겨버린 것.
제3의 디지털 교도소가 나오지 않으려면, 한국 사법부와 국민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수많은 강력 범죄가 일어났을 때, 약소한 처벌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가 깨진 틈을 타 제2의 디지털 교도소가 재등장한 과거를 이미 경험했기에. 주취감경과 같은 감형 사유로 인해 수많은 범죄자가 적은 형량을 받아 풀려나고, 그렇게 탄생한 디지털 교도소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범죄자로 둔갑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택한 사례를 보았기에 더욱 중요한 신뢰 회복.
사적 제재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반대편의 사람들은 항상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난을 한다. 앞서 얘기한 '강남 의대생 살인 사건' 같은 경우, 피해자의 유족들은 최 씨의 신상 공개를 원치 않았다. 교제 살인의 특성상,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피해자의 신상도 자연스레 밝혀지게 되고 그로 인한 2차 가해의 가능성이 있기에 그렇다.
비슷하게 2023년 일어난 '정유정 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유족들은 가해자 정유정의 신상 공개에 대해 반대했었다. 정유정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너무나도 아프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언론의 가십 거리가 될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의 지레짐작대로 신상 공개가 확정된 후, 언론에선 최대한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소식들을 전했다. 그 과정에서 캐리어를 들어주다가 택시 기사의 손에 피가 묻었다거나, 정유정은 은둔형 외톨이라는 허위 사실도 보도가 되었다. 아마도 은둔형 외톨이가 끔찍한 살인자로 돌변하였다는 흐름이 더욱 사회에서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작용할 것이니 그렇게 보도가 되었을 것이다.
가해자의 엄벌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최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이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가해자의 처벌은 오히려 2차 가해가 될 우려가 존재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또다시 사이트 폐쇄를 명령하였고, '사적 제재' 논란은 그렇게 디지털 교도소의 폐쇄로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리고 1개월 뒤, 한 유튜버에 의해 논란은 재점화되었다.
당시 작성했던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