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았기에 할 수 있는 것

by 진원

지난 2023년 4월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라진 7분 –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 편을 통해 부산 서면에서 발생한 이른바 '돌려차기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가해자 이 씨는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약 150m 가량 뒤따라가다 후두부를 돌려차기로 가격하고, 머리를 네 차례 짓밟아 기절시킨 뒤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사건이다. 자세한 내용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나 하단에 작성된 내가 작성한 기사 참조. 방영 직후 시청자들의 큰 분노가 일었고, 방송의 유튜브 요약본의 조회수가 무려 402만 회(2025.7.6 기준)가 나오면서 많은 파장이 있었다. 나 역시 그 방송을 보며 해당 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졌었다.

스크린샷 2025-07-06 201730.png 당시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이 사건의 흥미로운 점은 피해자 분이 살아남으신 후, 자신의 사건을 계속해서 알리고 계셨다는 것이다. 현재는 '작가 김진주'라는 이름을 사용 중이지만, 당시에는 '작가 기저귀'라는 계정명을 쓰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사건 기사화 요청을 보냈고, 감사하게도 당시 상황에 대한 질의에 응해주셨다.


사건의 잔혹성도 잔혹성이지만, 내가 집중했던 사안은 가해자 이 씨가 제출하였던 반성문이었다. 내용은 쓸데없이 굉장히 길지만 결국 가해자가 말하고 싶던 내용은 자신에 대한 1심 판결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상해에서 중상해 살인미수까지 된 이유도 모르겠고",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반성문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가? 아무리 봐도 반성문이 아닌 탄원서에 가까운 느낌의 종이가 2심 판결에 반영이 되는 일이 없도록 기사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6일 오후 09_09_58.png

피해자 분의 갖은 노력 끝에 공소장에는 '강간 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되었고, 2심 판결과 상고심에선 징역 12년을 선고하였던 1심 판결보다 8년이 추가된 징역 20년을 확정지었다. 물론 이 역시 약한 처벌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형량이 줄어들을 것을 기대하였던 가해자에게는 더 없이 절망적인 소식이었을 것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 이번 기회에라도 이 이치를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피해자 분은 현재 김진주 작가로 활동하며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례를 통해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이미지가 사뭇 달라진 것 같다. 나 역시도 항상 주눅들어 있는 이미지만 생각했지만, 이는 편견일 뿐이었다. 김진주 작가는 재판에도 가해자에게 눌리지 않기 위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고 한다... 역시 살아남았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도 굉장했다.


당시 작성했던 기사

https://youthpress.net/xe/kypnews_article_society/675115


p.s. 이 이후로 약 1년 뒤, 다른 기사 취재를 위해 한 번 더 연락을 했던 일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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