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웹 브라우저 전쟁의 시작, 승자는 누구?
최근 OpenAI가 'ChatGPT Atlas'라는 AI 웹 브라우저를 출시했는데요.
이게 그냥 '새로운 프로그램 나왔다' 정도의 소식이 아닙니다.
지금 전 세계 70%의 사람들이 구글 크롬(Chrome)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OpenAI, 퍼플렉시티 등 굵직한 AI 서비스에서 AI 기반 웹 브라우저를 출시하며 기존 웹 브라우저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드디어 3차 웹 브라우저 전쟁을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본래 웹 브라우저는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세계로 우리를 연결하는 '관문(Gateway)'이었습니다. 사용자가 주소(URL)를 입력하거나 링크를 클릭해 원하는 정보가 있는 웹페이지로 이동하는, 일종의 '지도' 같은 역할이었죠.
하지만 AI 브라우저는 이 '관문'의 역할에 '비서'의 기능을 더했습니다.
기존 브라우저 (지도): 사용자가 직접 키워드를 검색하고, 여러 링크를 방문하며 정보를 '탐색'해야 했습니다.
AI 브라우저 (비서): 사용자가 "이것을 해달라"고 자연어로 요청하면, AI가 정보를 '요약'해 주거나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ChatGPT Atlas의 핵심 기능 두 가지를 살펴보면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AI에게 실제 '업무'를 지시하는 것입니다. "다음 주 부산행 KTX 좌석을 예약해 줘." "이 기사의 핵심 내용을 3줄로 요약해 줘." 이러한 명령을 내리면, AI가 사용자 대신 웹사이트의 버튼을 클릭하고 텍스트를 분석해 작업을 완료합니다.
AI가 사용자의 이전 검색 기록이나 방문 페이지의 '맥락'을 기억하는 기능입니다. (물론 이 기능은 사용자 동의하에 활성화되며, 언제든 비활성화하거나 기록을 삭제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을 통해 다음과 같은 고차원적인 요청이 가능해집니다. "지난주에 내가 찾아봤던 채용 공고들을 기반으로, 최근 업계 동향을 요약해 줘."
물론 이 경쟁에 OpenAI만 뛰어든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브라우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퍼플렉시티 ('코멧'): AI 검색 엔진의 선두주자인 퍼플렉시티는 '코멧(Comet)'이라는 브라우저를 선보였습니다. 검색 결과로 링크를 나열하는 대신, AI가 직접 요약한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메일 요약, 예약 등도 지원합니다.
구글 ('크롬 + 제미나이'): 기존의 강자 구글 역시 '크롬' 브라우저에 자사 AI '제미나이'를 깊숙이 탑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 캘린더, 유튜브, 지도 등 자사 서비스와의 강력한 연동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 코파일럿'): MS는 '엣지' 브라우저에 '코파일럿'을 통합하며 가장 먼저 AI 비서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쇼핑 목록 작성, 일정 관리 등 일상적인 작업을 음성 명령으로도 처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들이 이토록 '브라우저' 경쟁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AI가 정교해지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가 필수적입니다. 사용자의 검색 패턴, 관심사, 클릭 기록 등 모든 행동 데이터가 집약되는 '브라우저'는 AI 학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데이터 수집원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브라우저를 단순한 '웹 접속 도구'가 아닌, 사용자의 모든 디지털 활동(이메일, 일정, 문서, 쇼핑 등)을 총괄하는 '중앙 허브(Hub)'로 보고 있습니다. 이 '허브'를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AI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거대한 기술적 변화는 결국 우리의 일상적인 '습관'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방식: 브라우저를 켜고 →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 나열된 링크를 직접 클릭하며 → 정보를 '탐색(Search)'했습니다.
미래의 방식: 브라우저를 켜고 → AI에게 원하는 바를 '지시(Command)'하면 → AI가 정보를 요약·분석하거나, 업무를 '대행(Action)'해 줄 것입니다.
여러 웹사이트를 방문하며 정보를 '검색'하던 시대가 저물고, AI 비서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3차 웹 브라우저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그리고 우리의 인터넷 사용 경험이 어떻게 진화할지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