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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명"

맨발바닥 공동주택

by 맨발바닥

운명


동물의 네 발에는 기름이 묻어 있습니다.
그들은 결국 사람에게 먹히는 운명을 지녔습니다.


사람의 손과 발에는 흙이 묻어 있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땅으로 돌아갈 운명을 지닌 것입니다.


우리를 담고 있는 육체가 이제 곧 흙으로 사라 진다면

육체 안에 깃든 정신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정신은 언어의 먹잇감입니다.

우리의 마음, 정신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고

그 언어는 공명의 먹잇감입니다.

공명 그것은 물과 공기의 진동입니다.


정신은 언어의 옷을 입고

언어는 공기방울 속의 공명이고

그 공기방울이 터지는 순간

우리의 정신은 세상에 흩어져 버립니다.

이렇게 ‘나’는 해체됩니다.

단단한 육체와 말랑말랑 정신은

하나의 입자로 파동으로 사라집니다.

이것이 존재의 실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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