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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난 천사

나도 누군가에게 천사이고 싶다

by 뽀시락 쿠크

복 중에 가장 큰 복은 인복이라던데, 올해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인복이 많아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일은 버거웠고, 마음은 자주 지쳤다. 그럼에도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내 곁에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천사라고 부른다.


올해 1월. 한참 새로운 업무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 할 때, 첫 번째 천사가 내려왔다.

해당 업무를 경험해본 적도 없을 뿐더러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자료도 부족했다.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내가 이걸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하늘에서 천사가 나타났다. 천사는 나에게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주었다. 업무 간에 생길 수 있는 불편한 상황들을 유연하고 능숙하게 풀어나가 주었다. 업무 지식도 특유의 쉽고 간결한 방식으로 상세히 알려주었다. 덕분에 마치 신입사원이 된 듯한 느낌으로 새롭게 배우며 성장해갈 수 있는 발돋움을 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쯤, 추가 인력으로 2명이 투입되었다.

기존 프로젝트에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일들. 책임과 부담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새로 합류하게 된 사람들 덕분에 책임과 부담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고, 조금씩 나누었다.

일은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6, 7월.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많은데 충원된 인력을 핑계로 리더는 일의 방향은 신경 쓰지 않고 내팽겨쳐둔 상태였다. 나는 해당 업무를 가장 오래 맡고 있었기에 고군분투하며 우울이 심하던 시기였다. 아침에 눈 뜨는 것이 싫었다. 의욕은 없고 기분은 물에 젖어 축 늘어져 있었다. 때마침 감사하게도 네 번째 천사가 나타났다. 새로운 팀장은 특유의 세심함으로 상황을 금방 캐치하고 공감해 주었다. 새로운 리더는 모든 문제를 빠르게 인식하고 개선 방향을 찾고 실천하는 능력이 강했다. 지금 현 상황에서 내가 처한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니 큰 위로가 되면서 정신이 점점 또렷해졌다.


돌이켜보니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도움받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얻었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었다. 지식을 나눠주고, 짐을 함께 나눠주고, 마음을 알아주고. 그 작은 손길들이 모여 나는 이 한 해를 버텨낼 수 있었다.

복 중에 가장 큰 복은 인복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람. 힘들 때 함께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천사이고 싶다.

누군가 막막해할 때 손을 내밀어주고, 짐을 함께 나눠주고,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올해 내가 받은 도움을,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5년, 내게 내려온 네 명의 천사들.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내년엔, 나도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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