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탐구
옆집이 땅을 사고, 일이 잘 풀려 명예를 얻고 부자가 될 때, 우리는 왜 심리적으로 위축될까.
인간의 내면 시스템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판단한다.
요즘 수진이는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한 듯하다.
몇 달 전,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고, 전략적 판단력과 조직 조율 능력이 뛰어나 높은 성과를 냈다.
이제는 부서를 총괄하는 중간 관리자가 되었고, 취미로 즐기던 그림으로 소소한 개인 전시회까지 준비 중이다.
진정성과 따뜻함을 갖춘 그녀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우먼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종종 불편한 ‘잡음’이 일어난다.
그 잡음은 부정적 감정을 낳고, 그것은 바로 ‘부러움’이었다.
사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타인을 거울 삼는다.
얼마 전, 절친한 동료 진숙이가 이사로 승진했다.
게다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청첩장을 건넸고, 사진 속 신랑은 모모 회사의 CEO였다.
훈훈한 외모에 다정함이 묻어났다.
“진숙아, 너무 잘됐다.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축하해.”
“고마워, 수진아. 부케 받을 준비 됐지? 너도 곧 좋은 신랑 만날 거야~”
나는 진심으로 축하했다.
진숙이는 늘 강인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행복은 당연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 낯선 방문객이 속삭였다.
‘나도 잘 가고 있는 걸까?’
삶의 대부분을 커리어에 쏟아왔지만,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와 함께 웃는 삶을 꿈꿨다.
그 꿈을 진숙이가 먼저 이뤄가는 걸 보니, 부러움이 밀려왔다.
긍정심리학의 ‘감정의 정보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방향을 제시하는 내면의 나침반이다.
부러움 속에는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형태’가 숨어 있다.
비교는 원시시대부터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적 심리 메커니즘이다.
다른 이의 자원을 관찰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교는 생존의 도구였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인간의 감정은 이해될 때 자유로워진다.”
부러움도 이해하면 억압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흔히 ‘비교는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교는 악의가 아닌 자기보호 기제다.
불안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약점을 떠올리며 “나도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이다.
문제는 비교 자체가 아니라, 그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다.
“지금 내 마음이 이렇구나.”
“저 사람도 그 과정에서 분명 불안했을 거야.”
이렇게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순간, 마음은 조금씩 안정된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를 연구하며 말했다.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태도는 불안과 열등감을 줄인다.”
결국, ‘부러움’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다.
그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향한 신호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움츠러들기보다, 그 에너지를 나의 성장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성숙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