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가 뭐야!
짙은 수증기가 피어오르면 그때부터 우린
둘이 하나가 되어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재료를 씻고 자르고 담다 보면 어느새 맺힌 땀방울들.
겨울의 냉기도 이 시간만큼은 사라진다.
한참 지나서야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
옹기종기 식탁에 앉아 오늘 메뉴를 바라본다.
우선 다이온은 역시나 밥공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힘차게 후후후 불어대고
마른 체형의 정화는 콩나물과 콩 알레르기가 있다고 그릇에 담겨있는 콩나물무침을
바라만 보고 있다.
새로 들어온 샤오밍은 동태탕이 나왔지만 건더기는 안 먹고 국물만 먹는다.
"동태 못 먹어요?" 별 부장이 묻자 서툰 한국어로 "제가 생선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먹으면 얼굴이... 병원에 가서 주사 맞아야 해요. 일반 주사보다 몇 배는 아파요."
"아... 그래요? 우리 딸도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요. 새우는 쳐다보지도 못해요."
강 부장은 아침에 밥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밥은 2시부터 먹는다.
유전이란다. 아침에 밥 먹으면 바로 화장실 직행한다고...
복자 팀장과 별 부장, 다이온만 알레르기가 없다. 다 잘 먹는다. 먹는 게 남는 거란 신조로
뭐든 잘 소화시킨다.
신기한 조합이지만 그래도 식사 시간은 즐겁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기에 다들 잘 먹어둬." 팀장은 말한다.
다음 날 두부조림이 나왔다. 샤오밍은 중국에서 아버지가 두부 공장을 하셨단다. 그래서
두부를 잘 먹을 것 같지만 질려서 안 먹는다고...
매운 것은 하나도 못 먹는 베트남 여인 다이온은 조금이라도 빨간색이 있으면 "매워, 매워"를...
안 맞는 음식은 있지만 오늘도 유성의 하루는 우리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