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과열"
나는 지금, 버스가 몇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시골에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곳에 오기 전,
남편이 다시 운전 연수를 해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곳에서 도망(?) 쳤을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나의 '발'이 고장이 났다.
히터를 틀었는데, 따뜻한 바람이 나오질 않는 거다.
어라? 내 몸이 이상한가? 싶어
에어컨 쪽으로 돌려보니
시원한 바람은 멀쩡하게 나온다.
다시 히터로 돌리면... 여전히 차가운 바람.
아, 이건 내 몸이 아니라 차가 고장 난 거구나.
조만간 정비소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아이들을 태우고 마트로 가는 길에
갑자기 ‘띠롱띠롱’ 경고음과 함께 메시지가 떴다.
“엔진 과열”
헉.
일단 얼른 주차를 해야겠다 싶어
1분도 채 안 되어 차를 세웠다.
주차를 하자마자
본넷 위로 연기가 쉬익~ 올라왔다.
연기를 보니 괜히 겁이 났다.
열면 불이 확 붙는 건 아닐까?
아이들이 옆에 있으니 더 조심스러워진다.
차에 넣어둔 작은 소화기를 꼭 쥐고
정비소에 전화를 걸었다.
정비사님은 보험사에 연락해서
차를 끌고 오는 게 안전하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레커차에 우리 차를 달고 정비소로 향했다.
금요일이라 이미 밀려 있는 차가 많단다.
월요일도 예약이 가득하지만
늦어도 월요일 오후까지는 고쳐주겠다는 말에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
주말을 끼고 차가 고장 났으니
아이들에겐 “어디 갈 생각 말고 집콕하자”라고 당부를 해두었다.
“근데 아빠 트럭도 있잖아?”
“그 트럭 타고는 우리 다 같이 멀리는 못 가.”
평소엔 남편이 나가던 들어오던 별일 아니더니,
남편이 잠깐이라도 차를 몰고 나가면
괜히 심통이 난다.
난 지금, 발도 없는데!!
-,.-
“무슨 발?”
“차 없잖아.”
“아.”
남편은 그런 내가 웃겼는지 피식 웃는다.
잠깐 없는 것뿐인데,
이렇게 갑갑하게 느껴지다니.
10년 넘게 별 탈 없이 타서 그런가,
‘이 차, 앞으로도 10년은 더 타야겠다’ 싶다.
(근데… 요즘 펠리땡도 자꾸 눈에 밟히는 건 안 비밀.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