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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Feb 13. 2022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24)

제자리걸음(by  김종국)

100일 이후... 그래도 크게 나아진 건 없었어요. 나는 연락을 했지만, 걔는 늘 일이 있었죠. 이번주 만날래?라고 얘기하면 친구 만나야 된다. 교회 가야 된다. 게임 정모 있다 등등... 아쉽지만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늘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한달... 두달... 우리 둘 사이는 바뀌지 않았는데, 시간과 계절만 바뀌더라구요.


뭐 말하고 싶은건지 알아요.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만나지도 않는데 무슨 사귀는 사이인건지... 답답하죠? 그래도 좀 참아줘요. 나도 알아요. 내가 그때 진짜 고구마 한소쿠리 품고 있었다는 걸요. 일단 얘기만 좀 들어줘요. 어쨌든, 그냥 그때는 있잖아요. 내가 한참 걔보다 뒤쳐졌다고 생각했을 뿐이예요. 걔는 날 좋아하지 않아도, 그래도 날 위해 마음을 열어줬다. 그런 걔를 위해 내가 할 일은 조금씩 조금씩 걔에게 다가가는 것, 그리고 언젠가 내 모든걸 받아줄 때 까지 기다리는 것. 그렇기 때문에 만나지 못한다 해도, 거절당해도 괜찮았어요.

... 미안해요. 이 부분은 거짓말이예요. 실은 언제부턴가 말이예요, 걔한테 만나자고 말하는게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거절당하는 것 따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감내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으니 말이예요. 걔의 자유로운 생활을 건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거절당하고 뭐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또 거절당하고 뭐 다음기회는 있겠지, 거절당하고 다음주는 시간 내주겠지...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이번 주말에 어디 안갈래? 라고 톡에다가 글은 쳐놓고 전송버튼을 누르길 주저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어느순간부터 깨닫게 된 거죠. 어차피 보내봤자 거절당할 거다. 그리고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도 괜찮지 않았어요. 거절당할때마다 머리는 의연하게 넘어갔지만, 마음은 언제나 욱신거렸어요. 처음에는 그려려니 했기때문에 느끼지 못했는데, 그 욱신거림이 조금씩 조금씩 쌓이니, 어느순간부터 거절당할때마다 마음에 아픔이 느껴졌어요. 그 아픔이 점점 힘들어져서, 아픈게 싫어서 만나자는 걸 주저하게 되더라구요.

근데... 그래도 했어요. 이게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걔가 만났던 남자애들이 겪었던 일인가 보더라구요. 바쁘다고 거절당하는 일이 많으니 남자쪽이 화를 내고, 걔는 자기 생활을 하고 싶은데, 남자친구에게 생활을 붙잡히는걸 힘들어 했고... 그렇게 싸우고 헤어지고... 솔직히 말하면 남자애들이 당연한 반응인데... 그때 난 뭔가 착각을 해서, 그래도 나는 걔한테는 이제껏 만났던 남자들과는 다르다. 나보다 언제나 네가 우선이다, 그런 모습을 걔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참았죠. 그리고 내가 만나자고 했고, 내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니까 아프지만 걔한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야 된다. 그게 내가 할 일이다. 그런 되도안한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걔한테 만나자고 했죠. 그리고 또 거절당하고, 상처입고...


한달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 연애생활... 데이트도 없어서 연애라고도 하기 힘든 생활이 계속되는 중, 내 딴에는 나름 대형 이벤트 수준의 데이트약속을 잡았어요. 연휴를 맞아 서울에 있는 L랜드에 놀러가기로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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