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난해시론 no.9 _ 괴리>와 해설
<難解詩論 no.9 _ 괴리乖離>
1.
내 등은 나를 벗어놓은 거울
시간 속에서, 거울은 등을 버리고
내 앞에 섰다
2.
거울에서 나온
손이, 머리가 되었다
눈은 차가운 빛을 더듬고,
조각난 거울 속의 손가락은
발기된 머리통과
금 간 욕망을 움켜쥐고
거울 밖으로 던졌다
거울이
나를 깨고
나를 거울 속으로 버리고
그림자가, 홀로,
시간 위를 기었다
/畏瞥/
<자작시해설>
1. 들어가는 말
이 시에서 나는 ‘괴리’를 감정의 단절이 아니라 존재의 구조로 다루고자 하였습니다. 괴리는 누군가와의 거리라기보다, 나와 나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간적 전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2. 등을 거울로 명명한 이유
내 등은 나를 벗어놓은 거울
나는 등을 선택하였습니다. 등은 내가 직접 볼 수 없는 신체입니다. 오직 타자나 거울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한 부위입니다. 그러므로 등은 이미 ‘나로부터 소외된 나’입니다.
그 등을 거울이라 명명함으로써, 나는 반영의 장치를 외부에 두지 않고 나의 신체 내부에 배치하고자 하였습니다. 거울은 사물이 아니라 나의 일부가 됩니다. 그러나 그 일부는 내가 볼 수 없는 방향에 위치합니다. 이 지점에서 이미 괴리는 시작됩니다.
시간 속에서, 거울은 등을 버리고
내 앞에 섰다
여기서 거울은 이동합니다. 공간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동합니다. 이는 자아 인식이 순간의 반사가 아니라 시간의 경과 속에서 전도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과거의 내가 나를 앞질러 현재의 나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나와 대면하지만 동시에 어긋납니다.
3. 인식의 전도
거울에서 나온
손이, 머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머리는 인식의 기관이고, 손은 행위의 기관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 순서를 전복하고자 하였습니다. 손이 먼저 나오고, 그것이 머리가 됩니다.
이는 나의 사유가 순수한 관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미 반복된 행위와 욕망의 결과임을 암시합니다. 나는 생각하기 전에 이미 움켜쥐고 있었던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4. 금 간 머리통과 부푼 욕망
조각난 거울 속의 손가락은
금 간 머리통과
부푼 욕망을 움켜쥐고
여기에서 나는 수량적 과잉을 버리고, 질적 불균형을 선택하였습니다.
머리통은 ‘금이 가’ 있습니다. 이는 사유의 균열, 인식의 파열을 뜻합니다. 그러나 욕망은 ‘부풀어’ 있습니다. 이성은 이미 금이 갔는데, 욕망은 여전히 팽창합니다.
나는 이 비대칭 상태를 괴리의 핵심으로 보았습니다. 사유는 무너지고 있으나, 욕망은 그 사실을 멈추지 못합니다. 균열과 팽창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태, 그것이 내가 말하고자 한 괴리입니다.
5. 주체의 전복
거울이
나를 깨고
나를 거울 속으로 버리고
나는 더 이상 행위자가 아닙니다. 깨뜨리는 주어는 거울입니다. 나는 깨지는 대상이 됩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자아의 능동성을 철저히 제거하고자 하였습니다.
괴리는 내가 선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이미 나를 둘러싼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전도입니다. 나는 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나를 반영하던 장치에 의해 파편화됩니다.
6. 잔여로서의 그림자
그림자가, 홀로,
시간 위를 기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아도, 욕망도 아닙니다. 그림자입니다. 그림자는 실체가 아니라 부산물입니다. 나는 스스로를 상실한 뒤, 오직 잔여로 남습니다.
그림자가 공간이 아니라 시간 위를 기어간다는 표현은, 괴리가 단순한 공간적 분열이 아니라 지속되는 시간적 균열임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는 분열된 채로 멈추지 않고, 시간 속을 낮게, 느리게, 그러나 끝내 이동합니다.
7. 맺음말
이 시에서 나는 거울을 통해 나를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거울에 의해 나를 상실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괴리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욕망 사이의 불일치, 시간 속에서 전도되는 자아의 구조적 어긋남입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나를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나로부터 밀려나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것은 완성된 자아가 아니라, 시간 위를 기어가는 그림자뿐이었다는 차가운 자각이 남아있습니다.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앞에 있는 거울은 무엇을 기록하고 있습니까?
함께해 주신 당신, 감사드립니다.
/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