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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명록 Sep 05. 2023

창작의 욕구, 파괴의 욕망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리고, 쓰고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일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것이 내가 작업실을 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나만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고민한다.


인간은 사는 동안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를 찾아 생을 뒤척인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더불어 자신을 파괴하기를 소망한다. 파괴하는 것은 또 다른 표현 방식이 되기도 한다.


그마저도 방법을 모르는 이들은 감정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자해를 하거나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생을 지우면서 사는 방법을 선택한다.


흔적을 남기려는 의도와 흔적을 지우려는 의지가 삐그덕 댄다. 어디에도 힘을 주지 않지만 기울어진 시소처럼 불현듯 어느 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시소 놀음으로 본 창작과 파괴의 욕구는 같은 방향일까.


전시 기간 동안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의 작가에게서 각기 다른 자기표현의 방식을 발견한다. 어떤 이는 표현을 하지 않음으로, 어떤 이는 뒤를 캐고, 어떤 이는 호소하고, 어떤 이는 분노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본능인 작가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어지럼을 느낀다. 일반의 전시라는 것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이 시대와 닮아 있다. 표현하기만 할 뿐 수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없다.


보통 작가들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홀로 생각하고 작업하며 갤러리에 작품을 걸 때 대중의 평가를 기다린다. 이들이 세상과 닿을 수 있는 다른 채널과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오픈전시가 끝이 났다. 작업실을 오픈하고 연일 이어지는 손님맞이에 진이 빠진다. 작가로 그리고 기획자로 표현의 의지가 사라진 자리에 우울함이 교묘하게 스며든다.


다음은 뭘 하지? 머리에는 한 가지 질문만 맴돌 뿐이다. 속도가 느릴 때는 그 나름의 사람과 사물을 본다. 멈추었을 때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과 사물을 본다. 그것도 표현이다.



기어이는 숙제 같은 것이 있어 산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나는 뒤척이면서 존재한다

- 여행, <바다는 잘 있습니다> 김병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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