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마을을 지나며

by 이광

음악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깃든 것이며 허공에서 발하여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혈맥을 뛰게 하고 정신을 흘러 통하게 한다. 조선시대 음악 이론서인 악학궤범의 서문에 나오는 말입니다.

시문 또한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시의 첫 줄은 신이 준다는 말이 있듯 영감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고 시상 또한 자연을 통해 표출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음악과 시가 만나면 한마음이 됩니다.

우리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는 시조창으로 부르던 시기를 지나, 현대시조에 이르러 가곡으로 재탄생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노산의 ‘가고파’, ‘봄처녀’ 등과 가람의 ‘별’처럼 현대시조를 노랫말로 한 가곡 중에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근 외국에 우리 가곡이 알려지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곡 작업의 계승 발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여 시조시인들과 가곡의 부흥을 바라는 작곡가들이 뜻을 모았고 역량 있는 성악가들이 참여하여 현대시조 가곡 1집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그중 졸시에 곡을 붙인 작품을 소개합니다, 유튜브에서 ‘현대시조 가곡 1집’을 검색하시면 전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예순 마을을 지나며

이 광


마음 비우든지 마음 잘 달래든지

졸음처럼 밀려오던 허무는 잠재우고

조금씩 깨우치거나 뉘우치며 사는 거네


둥지에 깃든 새는 쉬이 울지 않는다네

주저앉은 자리에서 민들레 꽃피우고

자드락 등 굽은 소나무 길눈을 밝혀주네


살아온 날이 깔려 살아갈 길을 여네

돌아와 다시 서도 되돌릴 길은 없네

생이란 왕복의 여정

표는 오직 편도 한 장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