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1화: 혁명의 시작

절망의 순간, 꿈을 품다

by 크리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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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순간, 꿈을 품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로 무너져가던 그때, 한 남자는 오히려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2008년 10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GM이 정부 구제금융을 신청하던 바로 그 시점에,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로드스터의 첫 번째 양산형 모델을 세상에 내놓았다.


"미친 짓이다."


이것이 당시 자동차 업계의 반응이었다. 10만 달러가 넘는 전기 스포츠카를 누가 사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확신했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100년 넘게 지속된 내연기관 패러다임을 뒤흔들 혁명의 신호탄이라고.


♤ 기존 산업의 벽


사실 전기차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 GM은 EV1이라는 전기차를 출시했다가 조용히 회수해 버렸다. 당시 GM의 논리는 명확했다.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다." 배터리 기술의 한계, 짧은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 인프라... 모든 것이 전기차의 한계를 증명하는 듯했다.


도요타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절반짜리 해법이었다. 자동차 업계의 거대한 관성은 변화를 거부했다. 100년 넘게 축적된 내연기관 기술, 전 세계에 깔린 주유소 네트워크, 기존 딜러십 시스템... 이 모든 것이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막는 장벽이었다.


"전기차는 골프카트 수준이다."


이것이 디트로이트 자동차 메이커들의 인식이었다. 성능도 떨어지고, 디자인도 촌스럽고, 무엇보다 수익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온 젊은 억만장자가 이 모든 통념을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 페이팔 보이의 새로운 미션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는 1999년 X.com의 창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로 시작한 X.com은 컨핀시티와 합병하며 페이팔이 되었고,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되면서 머스크는 1억 6천만 달러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다.


28세의 나이에 거액을 벌어들인 머스크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럭셔리한 삶을 즐기거나, 안전한 투자로 돈을 불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며 스페이스 X를 설립했고,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며 테슬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만류했다. 항공우주와 자동차는 정부나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개인이 도전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머스크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기존 업체들이 혁신을 포기한 그 틈새야말로 자신이 끼어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 운명적 만남


2003년, 머스크는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설립한 테슬라 모터스를 처음 접했다. 당시 테슬라는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로터스 엘리스를 베이스로 한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에버하드의 프레젠테이션은 머스크를 사로잡았다. "전기차가 왜 골프카트 같아야 하는가? 왜 성능이 떨어져야 하는가? 전기 모터는 내연기관보다 토크도 높고 반응속도도 빠른데?"


머스크는 즉석에서 63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테슬라 최대 주주가 된 그는 이후 회장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초기 테슬라의 전략은 명확했다.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로 시작해서 점차 대중차로 확장한다는 '탑다운' 접근법이었다. 이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 지옥의 2008년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2007년 로드스터 프로토타입이 공개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매끈한 디자인에 100마일 주행 시 3.7초의 가속성능, 244마일의 주행거리... 전기차에 대한 모든 편견을 깨뜨리는 스펙이었다.


그러나 시제품과 양산품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었다. 배터리 팩의 안전성 문제, 예상보다 훨씬 높은 생산비용, 로터스와의 공급망 이슈...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투자자들은 하나둘 발을 빼기 시작했고, 테슬라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머스크는 개인 자금까지 모두 쏟아부으며 회사를 살리려 했지만, 현금은 바닥났다.


"테슬라가 망할 확률이 90%였다"라고 머스크는 훗날 회고했다. 그는 동시에 스페이스 X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로켓 발사도 연달아 실패하면서 두 회사 모두 위기에 처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머스크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연락했다. "추가 투자 없이는 연말을 넘기기 어렵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 기적의 순간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다임러가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5천만 달러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도요타까지 5천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더 결정적이었던 것은 미국 정부의 에너지부 대출이었다. 4억 6천5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저리 대출로 테슬라는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2008년 10월, 드디어 첫 번째 테슬라 로드스터가 고객에게 인도되었다. 첫 번째 구매자는 다름 아닌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었다. 10만 9천 달러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쏟아졌다.


♤ 첫 번째 파동


로드스터의 성공은 단순히 차 한 대를 판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전기차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할리우드 셀럽들이 앞다투어 로드스터를 구매했고, 실리콘밸리 CEO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들과 투자자들이 전기차의 가능성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일부는 여전히 "틈새시장일 뿐"이라며 무시했지만, 일부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GM은 볼트 개발을 가속화했고, 닛산은 리프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고가 스포츠카야 어떻게든 팔 수 있지만, 대중차는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었다. 배터리 비용이 너무 높아서 일반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로드스터는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혁명은 모델 S부터였다.


♤ 혁명의 예고


2008년 말, 파산 위기를 넘긴 테슬라는 다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모델 S, 럭셔리 세단이었다. 5만 달라대 가격으로 300마일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업계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확신했다. 배터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그리고 그는 이미 다음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단순히 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체의 게임 룰을 바꾸는 것이었다. 배터리, 소프트웨어, 에너지... 테슬라의 진짜 혁명은 이제 시작이었다.


♤ 진짜 게임체인저: 배터리 혁명


로드스터의 성공으로 숨통을 틔운 테슬라였지만, 머스크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배터리였다.


당시 전기차용 배터리는 1 kWh당 1,000달러가 넘었다. 70 kWh 배터리팩이면 7만 달러, 거의 중형차 한 대 값이었다. 이 가격으로는 아무리 해도 대중화가 불가능했다.


"배터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


머스크의 선언에 엔지니어들은 고개를 저었다. 배터리 업계에서 20년간 일해온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머스크에게는 다른 관점이 있었다.


♤ 노트북에서 찾은 해답


"왜 자동차 배터리는 특별해야 하는가?"


머스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수천 개 묶으면 안 되는 건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용 배터리는 달라야 한다"며 거대하고 비싼 배터리 셀을 고집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정반대로 갔다. 노트북용 18650 배터리 셀 수천 개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미 대량생산되는 표준 배터리를 쓰면 훨씬 저렴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수천 개의 작은 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정교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테슬라의 강점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온 소프트웨어 DNA 덕분이었다.


♤ 파나소닉과의 운명적 파트너십


2010년, 테슬라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역사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나소닉은 노트북 배터리 분야 1위 업체였지만, 자동차용 배터리는 처음이었다.


"서로 필요한 게 딱 맞았어요."


당시 파나소닉 임원의 말이다. 파나소닉은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면서 노트북 배터리 수요가 줄어 새로운 출구가 필요했고, 테슬라는 저렴하고 검증된 배터리 기술이 필요했다.


이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것이 모델 S였다. 2012년 출시된 모델 S는 85 kWh 배터리로 265마일(427km)을 갈 수 있었다. 가격은 7만 달라대. 기존 럭셔리 세단과 비슷한 가격에 전기차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성능이었다.


♤ 기가팩토리: 미친 프로젝트


하지만 머스크의 진짜 야망은 따로 있었다. 2013년, 그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기가팩토리를 짓겠다."


기가팩토리. 말 그대로 '기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이었다. 연간 35 GWh, 전 세계 배터리 생산량보다 많은 용량을 혼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업계는 또 한 번 고개를 저었다. "미친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배터리 수요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왜 그런 거대한 공장을 짓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머스크의 계산은 달랐다.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면 배터리 비용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그 저렴한 배터리로 3만 5천 달러의 모델 3을 만들어 전기차를 대중화하겠다는 것이었다.


♤ 네바다 사막의 기적


2014년, 네바다 사막에 기가팩토리 1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완성 시 면적이 54만 평방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가 될 예정이었다.


건설 과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머스크는 거의 매주 현장을 찾아가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때로는 밤샘 회의를 하며 설계를 수정하기도 했다.


2016년, 기가팩토리가 부분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즉시 효과가 나타났다. 배터리 비용이 kWh당 3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00달러가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혁명적 변화였다.


♤ 4680 배터리: 다음 단계 혁신


하지만 머스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0년, 그는 또 다른 혁신을 발표했다. 4680 배터리였다.


기존 18650 배터리(지름 18mm, 높이 65mm) 보다 훨씬 큰 4680 배터리(지름 46mm, 높이 80mm)로 에너지 밀도를 5배 높이고 비용을 56%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더 놀라운 건 제조 방식이었다. 기존에는 배터리 셀을 만든 후 모듈로 조립하고 다시 팩으로 조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4680은 '셀-투-팩' 방식으로 중간 단계를 생략했다.


"부품 수를 90% 줄이고 공장 점유면적을 54% 줄였다"라고 테슬라는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혁신이었다.


♤ 업계를 뒤흔든 파급효과


테슬라의 배터리 혁신은 단순히 테슬라만의 성공이 아니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뒤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GM은 LG화학과 손잡고 울티움 배터리를 개발했고, 폭스바겐은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해 별도 회사로 만들었다. 현대차는 SK이노베이션과,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각각 배터리 파트너십을 맺었다.


중국의 CATL과 BYD는 테슬라의 방식을 빠르게 벤치마킹하며 세계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LG에너지설루션, 삼성 SDI, SK이노베이션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2023년 현재, 배터리 비용은 kWh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테슬라가 시작한 혁명이 불과 10년 만에 배터리 가격을 10분의 1로 줄인 것이다.


♤ 배터리가 바꾼 게임의 룰


테슬라의 배터리 혁명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가격 하락만이 아니었다. 자동차 산업의 게임 룰 자체가 바뀐 것이다.


기존에는 엔진이 자동차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가 핵심이 되었다. 배터리 기술을 가진 회사가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배터리가 단순히 자동차 부품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가정용 에너지 저장, 그리드 안정화, 신재생에너지 저장... 배터리는 에너지 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테슬라는 이를 간파하고 일찍부터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파워월(가정용 ESS), 파워팩(상업용 ESS), 솔라루프(태양광 지붕)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 다음 혁명을 향해


배터리 혁명으로 하드웨어 기반을 다진 테슬라는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혁명이다.


OTA(무선 업데이트), FSD(완전자율주행), AI 학습 네트워크... 테슬라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컴퓨터로 바꾸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기반에는 배터리 혁명을 통해 확보한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가 있다. 테슬라가 단순한 자동차 회사에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배터리 혁명 때문이었다.


2008년 로드스터로 시작된 테슬라의 첫 번째 혁명이 "전기차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면, 기가팩토리로 대표되는 두 번째 혁명은 "전기차도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진짜 게임체인저는 아직 오지 않았다. 테슬라의 세 번째 혁명, 소프트웨어 혁명이 자동차 산업의 판을 완전히 뒤바꿀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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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소프트웨어 혁명과 에너지 확장" - 자동차가 어떻게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되었는지, 그리고 테슬라가 어떻게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했는지, 그 놀라운 변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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