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팔지 않는 테크 기업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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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30일, 뉴욕 월스트리트.
이른 아침,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앞에 카메라 수십 대가 진을 쳤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실리콘밸리의 미스터리한 기업, 17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회사가 드디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부분 나스닥에 상장한다. 기술주의 성지이고, 혁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1971년 설립된 나스닥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당시 페이스북)... 시가총액 상위 테크 기업 대부분을 품고 있다.
그런데 팔란티어는 달랐다.
231년 역사의 뉴욕증권거래소를 택했다. 금융주, 제조업, 전통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 실리콘밸리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상장 당일, CEO 알렉스 카프는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실리콘밸리 기업이지만, 실리콘밸리와는 다릅니다. NYSE는 미국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미국을 위해 일합니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 한 문장이 팔란티어라는 회사를 정의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예언이 됐다.
실리콘밸리의 공식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난 20년간 놀랍도록 단순했다.
1단계: 무료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은다.
2단계: 그들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3단계: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를 판다.
구글은 검색을 무료로 준다. 대신 당신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안다. 그리고 그 정보를 광고주에게 판다. 2024년 구글(알파벳)의 광고 매출은 2,490억 달러. 전체 매출의 76%다.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는 SNS를 무료로 준다. 대신 당신의 관심사, 친구 관계, 클릭 패턴을 안다. 2024년 메타의 광고 매출은 1,490억 달러. 전체 매출의 98%다.
이 모델은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 사용자는 "공짜"라고 좋아하고, 광고주는 정밀한 타기팅에 돈을 쏟아붓는다. 윈-윈...처럼 보인다.
팔란티어는 정반대다.
광고를 팔지 않는 회사
팔란티어의 2024년 실적을 보자(3분기까지 기준).
연간 예상 매출(2024년): 약 28억~30억 달러
광고 매출: 0달러
무료 사용자: 0명
팔란티어는 광고를 한 푼도 팔지 않는다. 사용자 데이터도 팔지 않는다. 무료 서비스도 없다.
그럼 뭘 팔까?
소프트웨어. 그것도 정부와 대기업에게만.
2024년 3분기 기준 고객 목록: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DoD)
국토안보부(DHS)
식품의약국(FDA)
영국 국가의료서비스(NHS)
BP, 페라리, 에어버스, 제너럴밀스, 타이슨푸드...
고객 수는 약 800개사(2025년 2분기 기준). 구글이나 메타가 수십억 사용자를 상대하는 것과 비교하면 극소수다.
하지만 이들이 팔란티어에 지불하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2024년 평균 계약 규모(ACV, Annual Contract Value):
정부 고객: 평균 1,000만 달러 이상
상업 고객: 평균 650만 달러 이상
대형 계약(연 100만 달러 이상): 500개 이상
한 고객당 연간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 심지어 일부 계약은 수억 달러에 달한다. 미 특수작전사령부와의 계약은 5년간 4억 8천만 달러(2022~2025년)였고, 2024년 미 육군과는 추가로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반적인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의 고객당 평균 계약이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팔란티어의 계약 규모는 100~1,000배 크다. 왜 이렇게 비쌀까?
데이터의 CIA
팔란티어를 이해하려면, 이들이 푸는 문제부터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렇다.
CIA는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 이메일, 통화 기록, 금융 거래, 위성사진, 소셜 미디어, 첩보원 보고서... 하루에도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가 쌓인다.
2001년 9월 11일 이전, 미국 정보기관들은 실제로 테러 징후를 포착하고 있었다. FBI 애리조나 지부는 수상한 비행 훈련생을 보고했다. CIA는 알카에다 조직원의 미국 입국을 알고 있었다. 국무부는 비자 발급 기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보들은 서로 다른 시스템에, 서로 다른 형식으로, 서로 다른 보안 등급 아래 흩어져 있었다. 한 분석가가 전체 그림을 보려면 여러 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승인을 받고, 수작업으로 연결해야 했다. 몇 주가 걸렸다. 그 사이 테러리스트들은 비행기를 납치했다.
9/11 이후 작성된 9/11 위원회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정보 공유의 실패(failure to share information)"가 참사를 막지 못한 핵심 원인이었다고.
팔란티어의 해법은 심플하다.
"모든 데이터를 원래 위치에 두되, 연결하라. 그리고 분석가가 질문을 던지면 즉시 답을 줘라."
이게 팔란티어의 첫 번째 제품, Gotham이다. CIA와 FBI가 쓰는 플랫폼.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소프트웨어.
Gotham은 서로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동시에 접속한다. 데이터를 옮기지 않는다. 대신 '온톨로지(Ontology)'라는 의미 체계로 연결한다. FBI 시스템의 "John Smith"와 CIA 시스템의 "J. Smith"가 같은 사람임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 사람과 연결된 모든 정보 - 통화 기록, 금융 거래, 여행 이력 - 를 그래프로 시각화한다.
분석가는 몇 초 만에 전체 네트워크를 본다.
과거에 몇 주 걸리던 일이 몇 초로 단축된다.
왜 실리콘밸리는 이걸 못 만들까?
기술적으로는 구글이나 아마존도 비슷한 걸 만들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더 잘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첫째, 정부 시장은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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