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3년
비행기를 나오자마자 훅 하고 밀려오는 습하고 더운 공기.
건물을 나서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햇빛.
귀에 들려오는 싱글리시의 강렬한 액센트.
시작은 2년을 바라보고 시작한 주재원살이가
눈 깜작할 사이 13년이 되기까지.
여행하듯 살던 이 곳이 진짜 내 집이 되기까지.
첫 집을 구하고 IKEA에 가서 딱 2년만 쓸 가구들을 골랐었다.
회색 2인용 소파, 식탁 의자들, 침대보, 소품까지.
꼭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과감히 생략했다.
첫 몇 년, 침대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두고 살았다.
내 마음도 2년짜리였다.
그저 회사생활에 충실하고 2년간 성과를 내고 돌아갈 생각 뿐이었다.
난 싱가포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서울만한 크기에 주거지와 숲을 뺀 주요지역은 한 줌 이었고
자로 잰 듯 계획한대로 발전해가는 도시의 모습에 숨이 막혔다.
그랬던 내가
이 곳을 '집' 이라고 부른다.
2년짜리 가구는 내 취향을 담은 묵직한 가구로 바뀌었고
시간이 축적된 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싱가포르를 떠나는 사람들에겐 이별을 고했다.
그 모든 시간의 단면들을 이제는 글로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