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외국인일까

외국인 맞다

by Sona


13년이 지났다. 사회생활로 따지면 한국에서의 몇 년을 제하면 거의 대부분을 싱가포르에서 보낸 셈이다. 그 긴 시간이 지나갔어도 나는 여전히 외국인이다.


다행인 건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장기체류자들이 나 말고도 많이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육백만 인구 중 싱가포르 사람이 2/3가 조금 안 된다. 나머지 1/3이 외국인이라는 말이니, 나도 외국인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사는 부담이 크게 없다.


CNY 기간이 되면 나는 철저한 외국인이 된다. 구정을 여기서는 주로 CNY (Chinese New Year의 줄임말)로 부른다. CNY 휴일이 여긴 이틀이라 한국을 가기에도 애매하다. 주로 여기서 연휴모드로 이삼일을 지내는데 로컬 식당은 또 다 쉰다. 번화가, 관광지에 가서 밥을 사 먹고 가족들과 일요일 같은 일상을 며칠 보낸다. 여기 사람들은 가족, 친척들까지 찾아가느라 2주를 바삐 보내는데 난 오히려 약속도 뜸한 한적한 시기를 맞는다. 그때만큼은 내가 이곳의 일부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휴가를 맞아,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들뜬다. 가족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되고, 한국의 트렌디한 음식점을 찾아갈 생각에 설렌다. 그러다가도 낯선 서울의 간판들을 맞이할 때면 한국에서 난 이방인이 된다.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어느새 여행을 마치고 집에 가는 편안함이 감돈다. 13년 전처럼 훅 하고 습한 공기가 나를 반겨주는데 그 더운 바람이 어느새 반갑다.


이곳은 나의 집이다. 하지만 여전히 난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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