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가족은 왜 사생활을 침범할까?

— 부모의 간섭, 자녀의 효도, 끈끈한 유대

by Jin Yang

외국인 친구가 어느 날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부모가 왜 그렇게 자녀 일에 간섭을 많이 해?”

처음엔 웃고 넘겼지만, 문득 그 질문은 단순한 드라마 속 연출이 아니라

한국 가족 문화의 핵심을 찌르는 통찰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부모가 자녀의 휴대폰을 몰래 보거나,

연애에 끼어들고, 직장이나 전공, 결혼 상대까지 간섭하는 모습이다.

이런 장면은 외국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고 지나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단순한 혈연 공동체를 넘어

삶의 중요한 결정에 함께 개입하고 책임지는 단위로 여겨진다.


《SKY 캐슬》은 이 문화의 극단적인 단면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드라마 속 부모들은 자녀의 입시 성공을 위해

생활 전반을 ‘프로젝트’처럼 관리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보다 부모가 정한 목표와 경로가 우선이며,

그 과정에서 자녀는 때로 한 인간이 아닌 ‘성과물’로 전락한다.

이 드라마는 한국 교육 문화의 경쟁성과 부모 중심적 사고방식을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사회적 반향과 자기 성찰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국에서는 여전히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수직적이다.

부모는 생명을 준 존재로 존중받고,

자녀는 그 은혜에 ‘효’로 보답해야 한다고 배운다.

이 유교적 가치관은 시대가 변한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인생에 일정 정도 개입할 수 있다고 믿고,

자녀 역시 그 간섭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나의 아저씨》에서도 이런 가족 간섭의 현실이 등장한다.

박동훈(이선균)의 어머니는 세 아들의 삶에 계속해서 관여하며,

심지어 그들의 결혼 생활과 사소한 일상까지 참견한다.

아들들은 불편해하면서도

“엄마니까...”라는 말로 모든 걸 받아들이곤 한다.

그 말 안에는 사랑과 책임, 죄책감과 포기,

서로를 향한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가족의 간섭은 언제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 드라마는 간섭 속의 애정과 억압 속의 연대를 함께 보여준다.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 가족은

서로의 일에 참견하고 부딪히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서로를 먼저 챙긴다.

간섭과 간섭 사이,

짜증과 걱정 사이에서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따뜻하게 풀어낸다.

한편, 세대 차이와 시대 변화도 드라마 속 갈등의 중요한 축이다.

요즘 청년들은 사생활을 중시하고,

부모의 지나친 개입에 피로감을 느낀다.


《나의 해방일지》는 바로 이 지점을 조용히 짚어낸다.

성인이 된 삼남매는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출근 시간, 식사 시간, 인간관계까지 간섭받는다.

이들은 그 생활이 답답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자책한다.

가족이 싫은 게 아니라,

그 끈끈함이 때때로 사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는 가족 간섭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그것을

전통, 효, 애정의 표현으로 그리기도 하고,

다른 작품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감정적 폭력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야말로

한국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감정이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가장 복잡한 관계이기도 하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살아도

마음은 멀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통의 전화로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 속 가족들은

자주 부딪히고, 자주 화해한다.

그 모든 갈등과 간섭의 저변에는

“너를 걱정하고 있다”는 말하지 않은 감정이 깔려 있다.


외국인 시청자에게는 이런 장면이

때로는 과도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정서의 결 속에서

한국 사회의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 가족은

피로 맺어진 공동체인 동시에,

서로의 삶에 끝까지 개입하는 관계다.

그 관계는 종종 말보다 행동으로,

자유보다 간섭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 감정의 진폭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매체가,

바로 한국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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