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 말로는 닿지 않는 것들

닿을 수 없는 말, 머물러 있는 마음

by kana

사랑은 늘 표현을 요구하지만, 정작 표현되는 순간부터 왜소해지곤 한다. 우리는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왜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지 자주 혼란스러워한다. 말로 닿을 수 없는 사랑은, 과연 존재하지 않는 걸까?


“사랑은 설명이 아니라 감응이다. 언어로 옮겨질 수 없는 마음들이 모여, 존재와 존재가 서로를 울리는 것.”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나-너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인간은 타인을 대상(object)으로 대할 때가 아니라 인격으로 만날 때 진정한 존재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그것’의 관계는 설명과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너’는 다르다. 그건 설명되지 않고, 단지 경험될 뿐인 관계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이해하려 하고, 설명하려 들고, 정확한 언어로 정의하려 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이해되지 않아도, 정의되지 않아도, 무언가로 서로를 울릴 수 있는 그 느낌 속에 있다. 그건 논리 이전의 감각이며, 이성 바깥의 공명이다.


가끔 너와 나 사이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아도 충분한 순간이 있었다. 눈빛 하나로 전부가 오가는 시간, 침묵이 가장 깊은 대화가 되는 저녁. 그 순간들이 내가 느낀 가장 순수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말은 지나가지만, 감응은 남는다. 말은 망설이지만, 떨림은 먼저 다가온다.


우리는 자주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넘쳐서 말을 잃는다. 그래서 사랑은 어쩌면, 가장 말이 많은 감정이 아니라 가장 말을 잃는 감정이다. 너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옆에 앉았던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겐 하나의 사랑이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 닿는 방식이다. 말은 때로, 그 마음이 가진 깊이를 끝내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니 말로 닿지 않는 거리에서, 우리는 더 간절히 연결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없이 울리는 마음. 그것이 우리를 사랑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