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진의 제부도를 읽고 작가의 시선으로 분석하라
서하진의 제부도는 처음 접한 작품입니다. 숙제를 하려고 초집중해서 4번을 읽었습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묘사에 감탄하며 읽었어요. 하지만 작가의 시선으로 저 나름의 분석한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주인공은 남자와 함께 제부도로 향한다. 물이 갈라져 길이 드러나는 독특한 지형은 작품 전체의 시간 구조—밀물과 썰물, 열리고 닫히는 길—를 상징하는 공간이 된다. 제부도에 도착한 주인공은 과거의 악몽 같은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교차하는 혼란 속에 놓인다.
어린 시절, 그녀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란 ‘첩의 딸’이었다. 어머니는 술과 남자 문제로 삶이 흔들렸고, 주인공은 늘 어머니의 그림자를 짊어진 채 살아야 했다. 기차에서 혼자 내렸던 기억, 싸리꽃길에서 느꼈던 고독은 현재 그녀의 감정적 기반을 만든 그 이전의 이야기가 된다.
현재 시점의 그녀는 또 다른 “그”와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이 남자마저 안정감보다는 불안과 회피를 불러일으킨다. 작품 후반부, 제부도에서 남자는 기묘한 기색을 보이며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를 찾으려다 어둠과 파도 속에서 깊은 불안을 마주한다.
결국 주인공은 남자가 남긴 작은 말과, 어머니의 잔향 같은 두려움 속에서 혼자 길을 돌아 나온다. 밀물은 다시 길을 잠기게 하고, 주인공은 탈출한 듯 보이나 여전히 어둠 속을 걸어온다. 작품은 도망치듯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끝난다.
과거의 상처, 반복되는 관계의 굴레, 그리고 제부도의 어둠이 겹쳐져 운명적 순환의 이미지를 남긴다.
● 주제 – 반복되는 운명, 유전되는 상처
작품은 단순한 ‘불륜 커플의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모녀간에 전수된 상처와 운명의 반복을 다룬다.
주인공은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남자에게 의지하며 비슷한 비극의 자리에 서게 된다.
도망치지만 결국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인물의 구조는
삶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을 드러낸다.
● 시점 – 제한된 1인칭 시점의 효과
1인칭 시점은 주인공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드러내며
독자에게 ‘닫힌 시야’를 제공한다.
주인공이 불안할 때 독자도 불안해지고,
남자가 사라진 순간의 공포 역시 독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이 시점 선택은 심리적 긴장감 강화에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 상징 – 제부도·밀물·열렸다 닫히는 길
제부도: 중심 상징. 닫힌 섬 → 탈출 불가한 운명, 내면의 갇힘.
밀물·썰물: 과거/현재, 사랑/도망, 반복되는 삶의 리듬.
차창에 비친 얼굴: 주인공이 ‘어머니의 그림자’를 닮아가고 있음을 암시.
싸리꽃길·아이 시절 장면: 순수의 자리이지만 동시에 고독의 시작점.
상징들은 모두 주인공의 심리 구조와 정교하게 맞물린다.
● 구조 – 과거와 현재의 교차, 클라이맥스의 밀물
작품은
현재 → 과거 회상 → 현재 → 과거 → 클라이맥스(남자 실종) → 제부도 탈출
식의 순환구조를 띤다. 다소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구조였던 것 같다.
특히 클라이맥스 직전에 물이 차오르는 장면은 주인공의 심리적 절박함과 과거의 상처가 최고조로 치닫는 순간과 겹친다. 이때 독자는 현실의 밀물과 내면의 밀물이 동시에 몰려오는 체험을 하게 되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서하진 작가의 감각적인 묘사가 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장점>
* 공간과 심리를 겹쳐 쓰는 작법이 뛰어나다.
제부도의 특수한 지형이 인물의 내면과 정확히 서로 기맥이 통하는 것 같았다.
* 서정적 묘사와 감각적 이미지가 탁월하다.
파도·빛·꽃·바람 등 오감 묘사가 주인공의 감정을 정교하게 드러냄.
*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며 인물의 성격을 구축한다.
* “유전된 상처”라는 묵직한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 긴장감 유지가 뛰어나다.
남자의 실종, 밀물의 상승, 주인공의 두려움이 속도감 있게 연결됨.
<단점>
* 인물의 성격이 다소 평면적이다.
특히 남자 인물은 기능적 존재로만 느껴져 입체성이 부족하다.
* 주인공의 자기 인식 변화가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 탈출 후의 깨달음이 약해, 여운은 있지만 결론이 모호함.
* 후반부 상징 이미지가 다소 과다하다.
* 빛·파도·어둠·길·창 등 이미지가 겹쳐져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음.
* 가끔 깔끔하지 못한 문장이 있어 읽으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부분도 있었다.
「제부도」는 단순한 불륜 소설이 아니다.
작품의 핵심은 유전되는 상처와 세대 간 반복되는 선택의 비극이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삶을 부정하며 자랐으나,
결국 어머니가 겪었던 동일한 관계의 굴레 안으로 들어간다.
이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심리적 운명임을 작품은 보여준다.
특히 제부도라는 공간은 비극성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열렸다 닫히는 길은 탈출 가능성과 곧 이어지는 좌절감을 동시에 암시하며,
남자의 실종은 주인공 내면에서 작동되는 상처의 핵심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작품의 강점은 상징과 심리 묘사에 있다.
서하진 특유의 감각적 문장들은 인물의 불안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밀물·썰물의 시간성은 작품 구조 전체를 지배하는 긴장감의 뼈대가 된 것 같다..
다만 인물의 성격이 평면적이고 결말의 인식 변화가 다소 약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체적으로 작품은 운명성·세대 반복·심리적 굴레라는 주제를 성공적으로 형상화한 단편으로 보인다.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수 없는 삶의 구조를 암시한다.
“물은 밀려오고 있었다.”
→ 현실의 위험 + 과거 상처가 동시에 밀려오는 심리적 순간을 말해준다.
“싸리꽃길의 냄새가 스쳤다.”
→ 어린 시절의 고독·결핍이 현재 행동을 규정함을 보여주는 기억의 지점으로 느껴졌다.
“내 앞에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 남자는 구조적으로 ‘어머니의 과거’를 닮은 인물임을 상징한다.
“어둠 속으로 어둠이 들어왔다.”
→ 주인공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동일한 상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