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떠나지 않고도, 삶의 주인이 되는 법
문득, 숨이 막혔다.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알람도 울리지 않았고, 메일도 오지 않았지만
내 심장은 이미 회사에 도착해 있었다.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둘까?"
하지만 곧 다른 목소리가 덧붙었다.
"근데 그다음은?"
퇴사라는 단어는
늘 자유와 희망의 상징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해답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이었다.
"그만두면 뭐 하지?"
"지금보다 나아질까?"
"생활은 어떻게 하지?"
그래서 나는 퇴사를 미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퇴사 대신 ‘내 월요일’을 바꾸기로 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출근길이었다.
늘 뉴스를 들으며 회사 모드로 전환했지만,
그날부터는 팟캐스트 대신 클래식 재즈를 틀었다.
서촌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
한 정거장을 더 걷기로 했다.
조금만 더 돌아가도,
출근은 회사가 아닌
나에게로 향하는 길처럼 느껴졌다.
매주 월요일 아침,
회의 전 30분을 내 이름으로 썼다.
출근 20분 일찍 와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작게나마 기록을 남겼다.
사적인 업무로 눈치 보일까 걱정됐지만
그 30분이 나를 살게 했다.
남이 시킨 일 말고
내가 만든 루틴은
회사 안에서의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퇴근 후엔 더 이상 넷플릭스만 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주 2회는 도서관에 갔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만큼은 절대 회식도, 약속도 잡지 않았다.
처음엔 외로웠지만
그 시간이 쌓이면서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되어갔다.
"요즘 표정이 좀 다르세요."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더니
"그냥...편안해 보여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아, 나 지금 잘 살고 있구나 싶었다.
회사에 남아 있지만,
내 삶까지 회사에 맡기진 않고 있으니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출근길을 바꾸고,
저녁을 다르게 보내고,
하루 중 단 30분이라도
내 이름으로 된 시간을 갖는 것.
그게
내 월요일을 바꾼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