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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기로 마음먹은 날

by 구름 위 기록자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어 내려가며 고치기 시작했을 때였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이 길이 맞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는 발을 내딛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며칠 뒤, 무심코 SNS 피드를 스크롤하던 순간이었다.
나처럼 글을 쓰고, 책을 꿈꾸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한 작가의 글이 유독 내 시선을 붙잡았다.


“혹시 원고는 완성됐는데 기획 출판은 기약이 없고,
POD로라도 책을 내보고 싶은 분 계신가요?
딱 한 분만 도와드릴게요. 저는 경험을 쌓고,
당신은 당신만의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글을 올린 사람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였다.
이미 그녀를 통해 시집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 또한 자신의 글을 책으로 묶어 독자들의 공감을 받는 작가였다.
그래서 누구보다 글에 대한 애정과,

출판이 주는 설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거라 믿었다.


그 글 아래에는 각자의 원고에 숨을 불어넣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서둘러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그 광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내 안에서 작게 움츠러들어 있던 용기가
조금씩 몸을 펴기 시작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내 글도, 어쩌면 읽어줄지 모르잖아.


나는 출판사에 투고하듯 조심스럽지만 최선을 다해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서른 편 정도의 원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현재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샘플원고, 제안서 그리고 브런치 주소도 함께 남겼다.


책상 위에 놓인 원고들을 조용히 바라보며 다짐했다.
내 글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한 문장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눈앞에 찾아온 기회라면 놓치지 않겠다고.


비록 아주 작은 시도와 소심한 용기일지라도,
언젠가는 그것들이 촘촘히 쌓여
내 글을 더 멀리, 더 환하게 비춰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날,
내 마음에도 빛이 한 줄기 스며들었다.

계속 나아가볼까 하는 마음을 따라
그 길을 은은히 비춰주는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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