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인의 조탁

때를 맞춰 깨어나는 것에 대하여

by 정써니

너무 이르면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너무 늦으면 이미 지나버린다.

그래서 조탁은

가르침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현충사로 봄마중을 갔다.

그날은 비가 막 그친 뒤라 공기가 젖어 있었고,

고택 앞 매화들은 한층 또렷한 색으로 서 있었다.


홍매화와 청매화가 나란히

그중 한 가지 끝에 맺힌 꽃 봉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껍질에 덮여, 아직 다 펴지지 못한 채

조금은 답답해 보였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끝으로 그 껍질을 조심스레 벗겨냈다.


그러자 안에 있던 꽃이

숨을 쉬듯 드러났다.


그 순간, 남편이 말했다.

“그거… 조탁이랑 비슷한데.”


조탁... 처음 듣는 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을 찾아보았다.


조탁(啄啄).

알 속의 새끼와 어미가

안과 밖에서 동시에 껍질을 쪼아

때를 맞춰 깨고 나오는 순간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탁동시(啐啄同時)라 하여,

스승과 제자,

혹은 깨달음의 순간이

안과 밖에서 함께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열리는 것이라 말한다.


너무 이르면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너무 늦으면

이미 지나버린다.


그래서 조탁은

가르침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나는 오늘

그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손을 댄 사람이었다.


꽃은 피었지만,

그게 온전히 스스로의 힘이었는지는

조금 망설여졌다.


생각해 보면

글도 그렇다.


마음에 맺힌 감정이

아직 말이 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자꾸만

서둘러 문장을 만들어내려 한다.

다듬고, 고치고,

억지로 의미를 세운다.


하지만 어떤 문장은

조금 더 안쪽에서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그때까지는

손을 대지 않고

곁에 머무는 일이 필요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씻어내고

덜어내고

남겨두는 일.

그리고

조탁처럼 기다리는 일이다.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그 문장이

스스로의 힘으로

깨어날 때까지.


오늘의 매화는

나에게

그 타이밍을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문장 앞에서는

조금 더 기다려보려 한다.


봄 하나,

때를 맞춰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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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조탁(啄啄)


시인은 시로 씻고

문장을 넌다


글이 되지 못한 감정을

지워내고


남은 침묵 위에

한 자씩 얹어


조탁으로 기다린다


봄 하나

깨어나기를

.

.


“줄탁동시(啐啄同時)”에서 나오는 **“탁”**은 **啄(작 → 탁)**이고, “조탁” 두 글자의 고유한 한자 단어 형태는 따로 없다. 다만 “조탁”이라는 한자어는 따로 존재한다.


한자와 뜻

한자: 啐啄同時

啐(줄): 알 안에서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쪼는 것(내부의 노력).

啄(탁): 밖에서 어미 닭이 알을 쪼아 주는 것(외부의 도움).

同時 / 同機: “같이, 동시에”라는 뜻.


의미 요약

원래는 계란 속 병아리가 자라날 때 안팎에서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깰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서로 한쪽 방향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고, 안과 밖, 스승과 제자, 시기와 노력이 맞물려야 일이 성사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