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커피의 금단현상

나는 무엇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가

by 정써니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못하고

조금은 덜 의지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타협시키는 중이다



커피를 끊은 지 며칠이 지났다.

좋아하다보니 지나치게 섭취했나보다.

몸에 이상증상이 느껴져 카페인이 원인일 수 있어

그토록 좋아하던 카페인을 줄여보기로 하자

생각보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그 자리에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다.

손이 먼저 커피를 찾고, 코가 먼저 향을 기억해 낸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 익숙한 동선을 일부러 비껴간다.


대신 냉장고를 열어

커피우유를 꺼낸다.


차갑게 식은 팩을 손에 쥐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건 분명 커피이면서도

내가 알던 커피는 아니다.


묘하게 부드럽고, 어딘가 부족하다.

깊이가 얕아진 느낌.

아니, 어쩌면

내가 기대던 각성이 빠져나간 자리일지도 모른다.


몸은 솔직하다.


눈꺼풀이 이유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집요하게.

마치 내 안 어딘가에서

“이전과는 다르다”라고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하루 종일 정신은 맑게 뜨이지 않는다.

생각은 분명 떠오르는데,

그게 나에게 도착하기까지

어딘가를 한 번 더 돌아오는 느낌이다.


말을 하다가도

잠깐 멈추게 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


나는 그동안

깨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깨워진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나를 하루 속으로 밀어 넣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식이었다.


향을 들이마시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고,

한 모금 넘기는 사이

머릿속이 정렬되던 그 감각.


나는 그것을 ‘나의 시작’이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지금,

그 시작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조금 헤매고 있다.


커피우유는

그 공백을 완전히 채워주지 못한다.


대신,

급격한 단절을 피하게 해주는

어딘가 애매한 완충 역할을 한다.


완전히 끊어내기엔 아직 이르고,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한 발짝 나와버린 상태.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나를 설득하며 머물고 있다.


눈떨림은

어쩌면 단순한 신체 반응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리듬은 묘하게

내가 잃어버린 어떤 규칙을 대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몽롱함 역시

피곤함이 아니라

낯섦에 가까운 감각이다.


외부의 힘으로 당겨 올려지던 의식이

이제는 스스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


그 느리고 어색한 과정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나’를 마주한다.


금단현상이라고 부르기에는

이 시간이 조금 더 복잡하다.


이건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내가 나를 움직이던 방식을

다시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


어쩌면 나는 지금

카페인을 끊는 것이 아니라

의존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커피 대신 커피우유를 선택한다.


완벽하게 끊어내지 못한 대신,

조금 덜 기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 작은 차이가

언젠가는 더 큰 변화로 이어질 거라 믿으면서.


그리고 문득,

이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무엇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인가.


그 답을 찾기 전까지,

이 느리고 흐릿한 시간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금단현상..

커피를 끊는다는 건

한 잔의 습관을 버리는 일


하루를 견디게 하던

외부의 의지를

내 안으로 회수하는 일


몸은 묻는다

왜 깨어나지 않냐고


두통은

의존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울리는 메아리고


무기력은

타인의 불을 빌려 쓰다

처음으로 어둠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결국 금단이란

결핍이 아니라


움직이던 이유를

스스로에게 돌려주는

느린 반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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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