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사수(행성 -4)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는
남자 직원이 딱 두 명뿐이다.
나와 내 사수인 팀장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팀장은 나를 꽤 잘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일보다는
사람들에 대해 많이 알려줬다.
과장님은 하루 종일 사람들에 치여
신경이 날카로워서 건드리면 안 된다.
원장님께 한 번 찍히면
절대 안 된다며 뒤끝이 있어서
계속 물어본다 등등
성격이나 성향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 줬다.
그리고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친절하게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내가 실수할까 봐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과는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상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
내가 하지도 않은 행동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흘러다니고 있었다.
팀장은 환자분들에게
사적인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아니
단 한 사람,
팀장에게만 했다.
팀장이 이런저런 내 상황을 물어봐서
대답을 해주었던 게 다였다.
뒤에서 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을
그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말투는 짧아졌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필요한 말만 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섞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혀 다른 공기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
작은 실수가 있었다.
이송 스케줄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혼동이 생겼다.
내 잘못이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두 달 반 동안
이런 일은 단 두 번 뿐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 일을 키웠다.
내가 자주 실수하는 사람처럼.
그래서
뒷일을 수습하느라
자신이 더 힘들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퍼뜨렸다.
그 사실을 내가 알게 되었을 때
얼굴에 열이 오르고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당장이라도 나한테 왜 그러는지,
왜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참았다.
이번 달이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괜히 부딪혀서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까 봐
그저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다.
며칠 뒤 그가 나를 불렀다.
"이번 달이 3개월 수습 마지막 달이지?"
그 말투와 표정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왜 저렇게까지
날을 세우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팀장은
얼굴이 붉었고,
표정도 평소와 달랐다.
나는 무심코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팀장님, 피곤하세요?"
그는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그럼 피곤하지."
지금 이 상태로
환자를 태우고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는 계속
내 눈치를 보며
냄새를 숨기려 했다.
그날 이후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차갑던 분위기마저 사라졌다.
나에게 말을 섞지 않아서
얼굴을 보고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말이 없는 지금이
오히려 더 편했다.
내 생각에는
사람과의 관계는 한 명이 먼저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관계는
그냥 멀어지는 게
가장 편한 거리일 때도 있다.
관계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좋아지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하루를 살아가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나를 지키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따져 묻고 이기려고 했을 텐데
지금은 참고 인내하며
지금 상황을 흘려보내려고 한다.
그게 지금의 나다.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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