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낯선 향기가 났다

두려움이 안도로 바뀐 순간 (행성 -5)

by 이청목

금요일이었다.


퇴근 후

집에 가는 내내 콧노래가 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낯선 향기가 사방에 퍼져 있었다.


베이비 파우더 향.


나는 베이비 파우더 향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향일까.


누군가 들어왔던 흔적을 찾아봤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집 안의 불을 모두 켜고

창문도 활짝 열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내가 사용하지 않는

낯선 냄새가 난다는 것 자체가

왠지 모를 두려움이었다.


조용히 방안에 서서 냄새에 집중해 봤다.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따라가 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 냄새나지 않았다.


‘내가 잘못 맡은 것일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두려움이 사라지게

몸을 쓰기로 했다.


세탁기를 돌렸다.

향기가 강한 섬유유연제를

평소보다도 더 많이 넣었다.


청소기로 구석구석 먼지를 빨아들이고,

싱크대도 전용 수세미로 빡빡 문질러 닦아냈다.


청소를 끝내

분리수거 쓰레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먹고 싶은 간식을 샀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맙소사!

또 베이비 파우더 향이 났다.


뭐지?


닭살이 올라오며

머리카락이 삐쭉삐쭉 섰다.


내가 없을 때

누군가 들어온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났다.


현관에 잠깐 서서 한눈에 보이는 집안을

다시 꼼꼼히 살폈다.


창문, 침대, 텔레비전 선반, 책상

하지만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무섭다는 생각보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오피스텔은 싱크대 배관을 타고

냄새가 들어온다는 글이 있었다.


싱크대 앞에 서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봤지만

내가 사용한 세제 냄새만 날 뿐이었다.


궁금증을 뒤로하고

일단 씻기로 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강한 베이비 파우더 향이

온 화장실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이제야 향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집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화장실 환풍기를 켜둔다.


누군가 피우는 담배 때문에

냄새가 환풍기를 타고

우리 집까지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들어오자마자

환풍기를 켜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방안에 냄새는 남아 있고

화장실에 있던 향은

환풍기로 다 사라졌던 것이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조금은 허무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그동안 담배 냄새가 들어와서

힘들었었다.


제발 누군지 모르는 저 사람이

이사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담배 냄새가 아닌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이사를 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담배 냄새가 안 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아닐까.


마음 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불금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담배 냄새가

베이비 파우더 향으로 바뀌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