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가 목표였던 날

나를 버티게 했던 목표. (행성 -6)

by 이청목

2026년 1월,

많은 사람들이 신년 계획을 세운다.


나도 처음으로 계획 글로 적어봤었다.


그중 한 가지는

240만 원의 고정지출을 넘겨


한 달에 한 번,

치킨 한 마리를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돈을 버는 것이었다.


치킨 한 마리에 2~3만 원,

그 돈이 소중했다.


그러던 중 이력서를 넣었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곳이 지금 다니고 있는 암 전문 병원이다.


이곳에서 일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한 달 꽉 채운 2월 월급을

3월에 받았다.


첫 월급이었다.


월급은 치킨을 한 번 사 먹고도

한 번 더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남았다.


드디어 내가 세운 계획 한 가지를 이뤘다.


누군가는

치킨 한 마리로 궁상떠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그 치킨 한 마리 값이 소중했다.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침과 저녁은

삶은 달걀과 단백질 파우더로 때웠다.


사실 식사비용을

한 달 5만 원으로 정했기 때문이었다.


점심은 엄마 집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먹었다.


이렇게 버텼다.


처음에 삶은 달걀과 단백질 파우더로 버틸 때는

배고픔에 매일 밤 8시만 되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리고

치킨이 먹고 싶었다.


버티는 동안,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치킨이었다.


먹기 편하고,

남으면 다시 데워 먹기도 좋다.


무엇보다,

맛있다.


따뜻하고 매콤 짭짤한 닭다리를

한입 콱 베어 무는 맛!

달콤새큼한 무를 아삭아삭 씹는 맛!


치킨을 먹고 싶을 때마다

통장 잔액을 확인했다.


어제도 봤으면서,

또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삶은 달걀을 꺼내고

단백질 파우더를 담았다.


스레드라는 SNS에 내 사연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아는 거라곤 아이디와

서로의 글로서만 알고 지낸 누군가가

당장 계좌 번호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는 사기를 치려는 게 아니라

치킨값을 보내주려는 것이었다.


그분에게 감사하지만

내가 벌어서 사 먹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도 감사하게도

치킨을 사 먹으라며

응원을 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아직 응원으로 주신 돈은

그대로 통장에 남아있다.


내 글로 번 돈이긴 하지만

더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


3월에 꽉 채운 한 달 월급을

얼마 전에 받았다.


퇴근하고 배달 앱을 켰다.

그리고 드디어 먹고 싶었던 치킨을 주문했다.


치킨이 오는 동안 씻으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핸드폰에서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OST

‘시작’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모든 걸 이겨낼 것처럼"


이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꼭 지금의 나에게 얘기해 주는 듯했다.


"지금 내겐 용기가 필요해

빛나지 않아도 내 꿈을 응원해

그 마지막을 가질 테니"


이 노래 가사처럼

나는 꼭 그 마지막을 가질 다짐을 했다.


씻고 나와서 아이처럼

시계를 확인하고

배달 앱을 켜서 오토바이가 어디쯤 왔는지

1분마다 확인을 했다.


‘띵동’

드디어 치킨이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군침이 도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며

바싹하게 튀겨진 치킨

그 위에 맛있게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치킨!


한 조각 입에 넣는 순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위가 줄어서인지

혼자서 치킨 한 마리가 힘들었다.


남은 치킨을 접시에 잘 담아

냉동실에 넣어놨다.


이제 고정지출을 해결하고

내가 목표했던


마음 편히

치킨 한 마리 사 먹을 수 있는 돈 벌기가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치킨은

먹고 싶었던 음식이 아니라,

나의 목표였던 것 같다.


마음 편히 치킨 한 마리 사 먹을 수 있는

나의 목표.


그 목표를 이뤘다.


다음번에는

지금보다 더 큰 목표를 이뤄야겠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