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Faust, Eine Tragödie (파우스트 비극 1부 1808, 2부 1832)
작가 Johann Wolfgang von Goethe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1832)
아! 가장 좋은 의지를 가져도 마음에서 만족감이 흘러나오지 않는 걸 느낀다. 어째서 강은 그리 금방 마르고, 우리는 도로 갈증을 느끼는 걸까?
-파우스트-
나는 내가 부정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해 두고 싶은 사실이 있지.
우리가 먼저 인간에게 접근하는 법은 없다는 걸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겠어,
우리를 불러드리는 것은 그대들이란 것을…
저 신의 믿음을 한 몸에 받았던 파우스트처럼 말이야.
악마와 거래를 해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 싶어 하는 인간은 차고 넘쳐.
내가 시간을 내서 찾아다닐 필요 없이
나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인간들로 산과 바다를 이미 만들었다네.
현대인의 표현으로 지옥은 이미 완판 됐다고 이 사람들아!
어떻게 보면 자유롭고, 살아 있는 즐거움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나란 존재에게
인간이란 그저 신이 떠맡기는 성가신 뒤치다꺼리라고.
인간들은 고귀한 지성을 탐하지.
그리고 순수한 영혼을 찬미한다네, 당장 오후 3시의 따분함에 무릎을 꿇을 거면서 말이야.
난 빛과 함께 탄생한 그림자일 뿐,
당신들이 정의하는 소위 도덕적인 차원에서의 그런 ‘악’은 아니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군.
인간들이 말하는 ‘악’이란 나로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의 욕망에서 파생되는 결과라는 것을 저 순진하기 짝이 없던 파우스트가 증명해 주지 않았나!
인간이 가진 최고의 힘인 이성과 학문을 비웃어라.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 위대한 학자이자 마법사. 그는 단연코 내가 만난 인간 중 최고의 인재였어.
나중엔 그의 타락에 나 조차도 슬퍼지지 뭐야.
그가 찾고자 하는 그 유일무이한 진리, 그 진리가 어디에 있었을 것 같은가?
신은 내게 그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알지 못했지.
스스로가 진리이자 그 진실이라는 것을.
대신 내가 거울을 비추자 그는 자신 안의 욕망을 보더군.
정말 나는 거울을 그에게 보여준 것 밖에 없어,
허무함에 매달리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선택이었다고.
이것 봐, 책에서 보는 것은 진짜가 아니야. 그저 진짜처럼 보이는 것일 뿐.
그저 가상세계에서 쌓아 올려진 이미지와 같은 것들이지.
하지만 인간들을 바로 이곳에서 먹고, 보고, 듣고, 이야기하고 그리고 느낀다네.
그럼에도 인간들은 늘 착각해,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진짜라고 믿는 거지.
그 글자들 속에서 먹고, 보고, 이야기하고 들었다고 믿는 거야.
진짜 진리는 말이야, 당신들이 믿고 있는 그 곳에 없어!
인간은 노력하는 한 헤매기 마련이지
-주님-
먼저 내가 이 내기에서 이겼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 두고 싶군.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망에 눈이 멀어서 연인의 오빠를 죽이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죽음으로 내 몰았지. 따지고 보면 3번이나 살인한 셈이지.
내가 알던 그는 고고한 학자이자 위대한 마법사였지만,
죽을 때는 전쟁과 백성의 도탄을 몰고 온 차가운 권력자의 모습이었지.
나는 신에게 인간의 나약함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하지만 내가 그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하자, 신은 천사들을 보내어 그의 영혼을 구원해 버렸지.
처음엔 나도 주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어.
이건 엄밀히 말하면 ‘사기’라고!
처음부터 나를 부려먹을 속셈이었던 거야.
타락한 파우스트가 왜 구원받았냐고?
인간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
그대들의 본질은 선과 악을 구분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자신들의 의지를 추구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지.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네.
신에게 중요한 것은 파우스트의 ‘타락’이 아니었어.
신은 파우스트가 처음부터 자신의 의지대로 생을 추구하길 바랐다네.
파우스트는 자신의 삶을 완성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한 셈이지.
제기랄! 나의 속삭임은 오히려 파우스트의 자유의지를 부추겼어.
처음부터 주님은 내기를 통해서 나를 이용할 생각이었던 거야!
분하지만, 숨겨진 ‘열정’ 조항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파우스트는』는 괴테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대역작이다. 1770년 파우스트의 단편을 자신의 전집에 넣어서 발표했고, '파우스트 비극'이라는 이름으로 1부를 출판한 것이 1808년, 그리고 1832년 죽음 직전 제2부를 완전하게 완성하였다. 거의 60년 이상을 파우스트의 기획과 집필에 시간을 쏟은 것이다.
파우스트는 연극의 양식을 가지고 있지만, 스케일의 웅장함, 그리고 다수의 신화적인 인물들의 등장과 고대 마법의 요소가 많아 내용 자체를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거대한 판타지 그 자체이다.
이번에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뮤지컬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이 있다면 더 신나기도 하고 집중도 더 잘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현대의 도시 그리고 악마라는 존재,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공허함 속에 방황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면 꽤 매력적인 뮤지컬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 보니, 일단 오페라와 발레가 존재하고, 뮤지컬이 있었다. 1995년 Randy Newman이 '파우스트'를 뮤지컬로 제작했다. 잠깐 들어보니 가스펠과 현대음악이 꽤 좋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가 피아노를 치면서 재지(Jazzy)한 노래를 한다. 책 속의 악마가 꽤 유머러스하기에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링크)
https://youtu.be/cqHjbowiLPQ?si=454qFbq4sbFX2svz
신성로마제국 출신인 괴테는 당시의 억압적인 종교적인 환경에 반발하며 인간의 자유의지, 즉 자신의 의지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의 과정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괴테에게 신은 심판자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을 지켜보는 관찰자였으며, 진정한 ‘구원’은 신에 의해서가 아닌 인간의 삶 그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믿었다.
우리 모두의 안에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여정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내 안의 악마는 끊임없이 나를 유혹할 것이다. 그리고 갈등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의 존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악마는 웃고, 우리는 방황하며 신은 우리의 삶을 축복한다.
당신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꿈꾸는 그 모든 일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그리고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독일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자연과학자, 그리고 행정가였다. 요즘 시대로 치면 완벽한 금수저에 고등교육을 받았던 괴테는 질풍노도(Sturm und Drang) 운동의 핵심 인물이자, 이후 고전주의를 주도한 다면적 지성인이었다. 괴테는 예술과 이성을 조화롭게 통합한 ‘르네상스적 인간’으로 현재까지 평가받고 있으며, 독일 문학의 근간을 이룬 위대한 작가이다. 대표작으로는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탈리아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