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삶, 다시 채우는 나》
“왜 이렇게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늘 머뭇거렸다.
그 물건 하나하나가 내게는 추억이었고, 때로는 애착이었으며, 어떤 때는 나를 지켜준 것 같은 보호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서랍을 열었을 때 깨달았다.
‘아끼느라 쓰지 않은 것들이, 결국 나를 더 무겁게 하고 있구나.’
고급 수건 세트, 예쁜 양초, 언젠가 읽겠다고 사놓은 책, 특별한 날에만 쓰려고 아껴둔 다이어리.
이 모든 것들은 “지금은 아냐. 더 특별한 때에 쓸 거야”라는 명목으로 사용되지 못한 채
시간 속에 먼지를 쌓아가고 있었다.
아끼는 이유는 분명했다.
더 나은 순간을 위해, 더 중요한 시기를 위해.
하지만, 그 '더 나은' 날은 영영 오지 않았고
나는 결국 ‘그 때를 위한 지금’을 계속 미루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선물 받은 수건을 꺼내 처음으로 사용했다.
놀랍게도 그 수건 하나만으로 욕실의 분위기가 달라졌고,
그 수건을 펼치는 순간, 나 자신에게 ‘당신은 이 순간에 쓸 자격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책도 그랬다.
‘조금 더 여유 있을 때’ 읽으려던 책을 꺼내 들고 카페에 앉아 한 장을 넘기는 그 순간,
나는 이미 그 책이 필요했던 때를 지나쳐왔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지금이라도 읽기 시작했으니.
버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면
바로 ‘아끼는 마음을 지금 꺼내 쓰는 일’이다.
‘나중에’ 쓰겠다는 생각은, 현재의 나를 충분히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였다.
비우는 삶은 단지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소중하다’고 인정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아껴두었던 다이어리 한 권을 꺼내 ‘지금의 감정’을 적는다
오래된 선물 상자에서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하나 꺼내본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나를 위해 무엇을 꺼내줄 수 있을까?”
아끼는 마음은 ‘지금’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에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꺼내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