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초월, 마제파와 임윤찬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마제파’

by 메이옌

위아래로 분주히 움직이는 음표들이

평온하던 귀를 화려하게 휘감는다.


연주자에게는 고난의 영혼이 깃든,

듣는 이에게는 희락의 영혼이 담긴.


바로 초절기교 연습곡 ‘마제파’이다.


특히, 리스트가 환생한 듯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황홀한 연주는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박진감 넘치는 그의 타건과

그 안에 담긴 전설 속 이야기.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귀로 보는 듯한 다이내믹함을 선사한다.


‘마제파’는 초절기교 연습곡 중 하나로

리스트가 빅토르 위고의 시 ‘Mazepa'를

곡의 이름으로 붙였다.


마제파는 백작 부인과의 불륜이 발각되었다.

그는 벌로서 말에 묶인 채 황야에 버려졌고

극한의 고난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구조된 후,

뛰어난 지휘력으로 그들의 지도자가 된다.

말이 세차게 질주하는 모습,

그와 대비되는 인간의 극한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낸 한 인간의 의지적 모습이

임윤찬의 손끝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힘차게 그리고 빠르게,

화려하게 그리고 낭만적으로.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도

연주하기가 어렵다는 마제파.


곡의 고난을 초월하여

건반 위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니는 그의 손을 보고 있자니,


손끝에 축적된 보이지 않는

인고의 시간에서 경외심을 느꼈다.

그의 인터뷰에 의하면

하루 13시간을 연습에 매진한다고 한다.

듣는 이의 심장을 강타하는

경이로운 완성을 위한

임윤찬의 무거운 시간은

마제파의 고통의 시간과

숭고한 예술로서 합일된다.

예술을 향한 그의 열정과 초월적 의지,

곡의 서사가 혼연일체가 되어

장엄하고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의 일상적 삶에도 이러한 순간은 있다.


맛있게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고상한 품격을 향한

바리스타의 열정과 의지가 담긴다.


원두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술과 섬세함으로 커피를 추출하며,

맛의 일관성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커피를 음미하며

삶의 여백을 즐긴다.


이처럼 우리가 각자의 소명을 다해

의지적으로 살아갈 때,

그 숭고한 삶은 누군가에게는 빛으로 다가온다.


곡 ’마제파‘가 격정의 예술로서 던지는 아름다움처럼 말이다.



*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인터뷰 내용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https://youtu.be/Uk6qyGFYJ9M?si=e0idL_Qk0krZxnT4

출처 : 유튜브 ‘The Cli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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