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의 눈으로 일하는 하루

by 사피엔



사사건건 이어지는 자잘한 지적과 통제에 시야를 맞추다 보면, 멀리 보는 눈은 점점 사라지고 뱁새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게 된다는 나만의 직장 이론.



뱁새의 눈으로 일하는 하루는 어디서나 통과의례일까.



그 통과의례는 성장일까, 아니면 시야의 축소일까.



처음에는 그저 업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부분을 맞추는 일이 결국 전체를 안정시키는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일을 하는데도 자꾸 시선이 위로 향하지 못하고, 바로 앞의 자잘한 기준만을 따라가게 된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다가, 이제는 나뭇잎의 결 하나에 시선이 고정된 기분이다.



무엇이 중요한지보다, 무엇이 또 지적될지를 먼저 떠올리며 일을 하게 된다.

작은 수정 사항들이 힘을 갖는 순간, 그 조각들이 쌓이면서 결국 생각의 폭을 조금씩 좁힌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상한 감각이 생긴다.

분명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사라진다.



대신 그 자리에 맞춰 서 있는 느낌만 남는다.

형태만 조금씩 바꾸며 같은 자리에서 버티는 상태.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이 멀리 보려고 하면 오히려 더 피곤해진다.



그래서 눈은 점점 가까운 곳에 고정되고,

생각은 현재의 자잘한 수정 사항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성장이라기보다 적응이다.

그리고 그 적응은 조용히 시야를 좁힌다.




요즘 나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시야를 덜 잃을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완벽하게 맞추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멀리 볼 수 있는시력을 잃지 않는 것.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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