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란 걸 했고,
오늘도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피엔스는,
아무 일도 없을 때
견디기 어렵다는 사실.
오늘따라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삐뚤어지고 싶었다.
퇴근 후,
마셨다.
몇 모금 넘기고 나면
조금 전까지의 내가 흐릿해지는 게 좋다.
소주 여러 잔 비우고
세수를 하러 간다.
거울 속에,
분명히 이쁜 여자가
보일 듯 하다.
술을 마시면,
가끔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하루하루
슬펐던 일과
외로웠던 순간들이
조용히 사라진다.
사라진 건지,
묻힌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 불만 없었던 사람처럼
하루를 끝낸다.
술 없는 사피엔은
99%의 현실을 말없이 살고,
기록으로 남아 보이는
이상한 사피엔은 1%다.
그저,
하필이면.
흐
사피엔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