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이라고

by 사피엔




“언니는 아직 안 무너졌어요.”



몸을 가지고 지구에 온 인간으로서,

나는 어느 날 TV에서

아름다운 우정을 과시하는 아나운서들의 인터뷰를 봤다.



이제 막 신혼살이 중인 잘생긴 축구선수의 아내.

그 이쁜 선배 아나운서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처럼 들렸지만,



내겐

묘하게 걸렸다.



‘아직.’



그 말 하나로

사람은 상태가 된다.



무너지기 전의 사람,

곧 무너질 사람.

누군가의 무너짐을 전제하는 사람.



얼마 전,

4년 만에 연락한 친구에게서 들었다.



“넌 내가 도움 안 되는 친구였나 보구나.”



이번엔 ‘아직’도 없었다.



그냥

판정이었다.



웃겼다.


그리고 그 말들은 남는다.



그런 말을 듣고,

그런 말을 떠올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된다.



지구인들은 자주

서로를 쉽게 정의한다.

한 문장으로,

가볍게.



소주 반.



나는 지구인이 아니라고

말해본다.



나야말로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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