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타투가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 사람들에게 민망한 미소를 짓기 딱 좋은 점 두 개와 작은 하트 하나.
그마저도 하트 모양은 선이 흐려져 흡사 세모의 모양을 한
내가 그런 타투를 했을 때 모두들 심오한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타투는 그리 가깝지는 않아 보여서, 모든 것에 의미부여를 하는 애가 의미부여의 원천이 되는 행위인 타투에는 의미를 담지 않았을 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의미가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다소 지루하고 김 빠지는 내 작고 소중한 타투는,
21년 여름 내 절친 유수가 생일선물로 해 준 타투다.
별 다를 것 없던 날 신촌에서 훠궈를 먹다가
“타투할래?”
“응!!”
별 의미 없는 타투는 별 거창한 이유 없이 시작되었다. 머신을 놓고 와서 내 친구가 핸드포크로 하나하나 찍어준 점. 그날 집에 돌아가며 바셀린을 하나 사고, 다음 날엔 연고를 하나 더 샀더랬다.
그 시절의 나는, 내 행동 하나하나가 나의 책임이 되어가고 더 이상 철없는 행동을 할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회피를 일삼던 때부터 나는 충동적인 선택을 멈췄다.
모종의 이유로 충동적인 선택을 멈춘 뒤, 처음으로 한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잉크를 섞으며 분주한 준비를 하던 유수가 물었다. 어느 손에 점을 찍을 거냐고. 왼쪽 검지와 약지에 점을 하나씩 찍고 오른쪽 약지에는 하트를 하겠다고.
그냥 그 자리가 예뻐 보여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가려운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따끔하던 바늘길을 지나 왼쪽에 점두개 오른쪽에 하트하나가 생겼다. 그 자리에서는 유수도, 옆에 앉아 이야기보따리를 풀던 박선영도 그 타투가 어떤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나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 중 모종의 이유로 기념할 수 있는 하루가 필요했다. 내 신체 아무 데나 아무 곳에 충동적으로 찍어버린 점처럼.
내가 스물두 살 여름에 갑자기 타투를 했다? 그것도 친한 친구가 생일선물로 해줬어. 스물두 살이 너무 괴로워서 기억이 하나도 없는데 유일하게 스물두 살 여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야.라고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하듯.
책임의 유효기간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21년 여름으로부터 일 년 반이 지나고 타투의 가장자리는 많이 흐려진 지금 - 나는 가끔, 아주 충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책임감 있는 조금은 계획적인 스물세 살이 되었다.
그날 유수가 잉크를 쏟아 버려 버린 내 흰 셔츠도, 박선영이 옆에서 풀던 이야기들도, 타투샵 건물 1층에 있던 작고 냄새나는 화장실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몸에 여리게 나버린 상처는 계속 아프다가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데 간질간질 따끔따끔 아프게 생겨버린 내 점 세 개는 아직 내 손 위에서 찬란히 빛난다. 흐릿한 21년과 또렷한 21년 8월 22일. 나는 그 하루로 21년을 기억할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