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정신의 보고서 - 육아에세이 23
친구들이 시집가고 애를 낳으면서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나마도 신생아 시즌 때는
“내가 이럴 줄 몰랐다”는 충격의 고백과 함께
새벽에 랜덤하게 문자를 쏘아대다가,
아기가 자라면서 그런 일도 없어졌다.
<여자의 인생은 이런가 보구나.>
<여자의 우정은 이렇게 약하구나.>
고백하면서 씁쓸한 기분을 삭혔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시간을 길게 한숨 지나더니
별안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락을 시작했다.
응? 뭐 이리 잔망져?
깨알 같은 그들의 박자는
여전히 “내 친구, 언제나 소중해” 버전으로
충성심 잃지 않은 오랜 아이돌 팬 느낌이었다.
뭐지.
영겁의 세월이 흘렀는데,
왜 이리 텐션이 높지.
그렇게
나도 이제야 그 문을 열었다.
드디어.
너무나도 뒤늦은 박자로 쫓아가기 시작했는데,
뒤늦은 출발자는 이제야
'아차차, 아… 그렇구나.' 싶다.
아기 키우는 엄마는
제5차원으로 빠져버린다.
내 시간은 멈추고,
우주로 가버리고,
지구에 남은 내 친구들의 시간은
차근차근, 그러나 빛의 속도로 지나가버린다.
친구가 그리워 문득 고개를 드니,
지구에 남았던 내 친구는
영겁의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어머어머, 내 친구야.
난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잖냐.
같이 먹을라고 떡볶이 포장해 왔어.”
그 낯선 접근법이
나에게 아주 똑같이 적용돼버렸다는 걸
그제야 나는 알아버렸다.
아.
내 시계가 틀린 줄
이제야 알았어.
미안.
와서 내 시계 좀
망치로 깨버려줄래?
진짜 짜증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