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을 때 '처음처럼'
지난 24주 동안 브런치라는 지면을 빌려 수많은 리더들의 고독한 질문에 응답했다. "우리가 늙은 걸까요?",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기술은 있는데 왜 돈이 안 될까요?" 그 질문들은 하나하나가 기업의 생존을 건 절벽에서의 외침이었다. 잘 나가던 치킨 프랜차이즈의 고민부터 40년차 OEM/ODM 기업의 좌표 상실, 수산업 명가 2세의 기술 뒤에 멈춰진 감성,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중견기업의 함정까지.
나는 27년간의 컨설턴트 경험을 통해 그 질문들 속에 담긴 복잡한 이해관계와 불안을 읽어내려 노력했다. 그들의 질문은 단순히 사업의 방향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리더로서 걸어온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한 성찰이자, 가족과 직원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무게에 대한 고백이었다. 전략은 언제나 그 삶의 경계선에서 시작됐다. 나는 다만 리더들이 절박하게 던진 그 질문 앞에서 함께 멈춰 서서, 그 상황의 본질을 냉철하게 응시하는 조력자 역할을 했을 뿐이다. 전략이라는 것은, 결국 해답이 아니라 그 질문을 던진 리더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용기 있는 '응시(凝視)'의 기록이었다.
우리는 종종 전략을 거창한 계획이나 복잡한 기법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성장이 정체된 리더들을 현장에서 마주했을 때,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지침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가장 처음, 그들이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기술은 발전하고 시장은 변한다. AI가 회의실에 앉아 데이터를 분석하고, 로봇이 공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의 욕망과 조직의 존재 이유이다. 신뢰를 잃고 외면받는 '제빵왕'의 이야기처럼, 품질과 성과 뒤에 노동 윤리와 고객과의 신뢰를 놓쳤을 때 모든 전략은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된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의료 행위가 경영 논리에 밀리는 순간, 그 병원의 지속가능한 전략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전략은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처음처럼' 다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이 회사를 만들었는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초적 질문에 흔들림 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심, 즉 '정체성'이 서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나침반 없는 배처럼 표류한다. AI 시대에도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판단은, AI가 던져주는 효율의 답을 넘어 '인간적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연재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다룬 '중견기업의 함정'은 많은 리더들의 공감을 얻었다. 돈(투자), 사람(인재), 시스템(구조)의 악순환은 수많은 중견기업을 짓누르는 현실이다. 이 함정은 단순히 자원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성공 방식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 성장통의 본질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익숙한 현장이 강했던 회사가 새로운 시대의 전략을 준비하지 못하고, 20년 함께한 충성스러운 직원들의 눈빛에 두려움과 피로가 서리는 모습은 리더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지점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결국 '선택'과 '포기'라는 리더의 고독한 결단으로 귀결된다. 돈을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인재를 영입하며, 어떤 낡은 시스템을 부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다. 특히 중견기업이 혁신의 불씨를 당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TF(태스크 포스)와 같은 작은 조직을 통해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배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청사진이 아니라, 눈앞의 작은 변화를 성공시키며 조직 전체에 '우리는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이 용기 있는 선택이야말로 중견기업 리더십의 핵심 전략이다.
지난 24주 동안 나는 수많은 리더들의 질문에 전략이라는 언어로 답하며 그들의 고독과 무게를 함께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의 끝은 해답의 종결이 아니라, 리더 스스로가 자신만의 전략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는 여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략은 복잡한 도표나 보고서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리더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발걸음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의 망설임에, 그리고 조직의 미래를 위해 잠 못 이루는 밤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전략을 딱딱한 경영 도구가 아닌, 자신과 조직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성찰의 도구로 받아들였기를 바란다.
길을 잃은 리더에게 전략이 길이 된다는 말은, 리더가 진정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을 사업 속에 투영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이 책을 덮는 지금, 리더의 질문에 대한 나의 마지막 답은 이것이다. "리더의 전략은 결국 '삶'이다." 이제 당신의 전략을 써 내려갈 시간이다. 당신의 용기 있는 다음 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