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의 함정 ⑤ – TF로 시작하는 혁신

by 도진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창업자의 목소리는 사무실 깊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울렸다. 내연기관 부품으로 쌓아온 회사의 역사 위에 전기차 시대의 불확실성이 내려앉았다. 돈도, 사람도, 시스템도 충분치 않은 상태였다. 그의 눈빛에는 자신감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잠시 창업자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대표님, 중요한 건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정된 범위에서 시작해 작은 성공을 체험하고, 그 경험으로 조직 전체를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1612906691-GettyImages-1220206432.jpg


TF(Task Force)로 작게 시작하기


“작게 시작한다고요? 그럼 신사업 전환은 얼마나 가능할까요?” 창업자가 눈썹을 찌푸렸다.

“가능합니다. 핵심 인력 몇 명과 최소한의 투자로 시범 라인을 운영하는 겁니다. 실패해도 전체 조직에 피해가 적고, 성공은 곧 조직 전체에 자신감을 줍니다.”


그날, TF팀이 처음 모였다. 엔지니어 세 명, 생산관리 담당자 한 명,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 한 명. 작은 회의실 안에서 긴장이 팽팽하게 흐른다. 서로 다른 부서 출신, 경험도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신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


첫 시범 라인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설비 세팅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일정은 하루가 다르게 밀렸다. 팀원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갈등을 겪었다. 창업자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조용히 물었다. “왜 이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거지?”


팀장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누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혼란입니다.”


그 순간 창업자는 깨달았다. 돈과 사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필요한 것은 체계적 실행 구조였다.

silhouette-confident-businesspeople-scaled-e1626729833801-1.jpg


제한된 자원에서 균형 잡기


그날 이후, TF팀은 매일 아침 짧은 회의를 열었다. 작은 의사결정부터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나누는 것, 문제를 즉시 기록하고 개선안을 도출하는 것, 진행 상황을 시각화해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드는 것. 하루하루가 실험이었다.


초반 몇 주 동안 팀은 계속 흔들렸다. 예상치 못한 부품 불량, 늦은 납품, 설비 고장. 그러나 TF 범위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조직 전체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실패는 학습이 되었고, 팀은 조금씩 효율을 배우기 시작했다.


“작은 성공이 이렇게 큰 자신감을 줄 수 있다니…” 창업자가 미소를 지었다. 첫 시험 라인이 일정과 품질을 맞춘 순간이었다. 팀원들의 눈빛에도 자신감이 번졌다.

AdobeStock_86833018-1080x675.jpeg


시스템과 경험의 결합


TF 팀은 단순히 작은 성과만 내지 않았다.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누가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보고와 승인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문제 발생 시 어떤 단계로 개선하는지. TF 팀 내부에서 체득한 방법은 곧 조직 전체의 표준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는 깨달았다. 돈과 사람만으로 조직을 바꾸려 하면 리스크와 비용이 폭발하지만, 작은 팀에서 체험과 학습을 쌓으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조직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1520228177926?e=2147483647&v=beta&t=uT_RxhD9Y4NgTS5BW4M9Hlwj57HtzdCIMzGc9wVRe1o


조직 전체로의 확산과 지속가능성


몇 달 후, TF 경험은 조직 전체로 확산되었다. 기존사업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신사업은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TF팀의 실험과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부서 간 협업과 의사결정 구조가 개선되었다. 제한된 돈, 사람,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조직은 혼돈 속에서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창업자는 사무실 창밖으로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는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균형 위에서, 작은 팀에서 시작한 실험과 그 경험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만이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의 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는 잠시 지금까지의 과정 전체를 되돌아보았다. 돈, 사람, 시스템—이 세 가지는 각각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지지할 때 비로소 조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된다. 충분한 자금 없이, 적절한 인재 없이, 또는 명확한 시스템 없이 기업은 쉽게 선택의 폭을 잃고, 혁신의 불씨를 잃으며, 반복되는 혼돈 속에 빠진다.


하지만 작은 TF 실험에서 얻은 경험은, 사람과 시스템을 연결하고, 돈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조직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촉매가 된다.

ChgMgmt.png


리더에게 남겨진 질문은 여전히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함께,
어떤 시스템을 만들고,
어떤 작은 성공부터 시작할 것인가?”


중견기업의 함정은 단순히 부족한 자원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원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거나,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작은 경험을 체계와 결합하며, 사람의 불씨를 유지할 때, 불확실성과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성장과 혁신은 가능하다.


밤하늘의 별처럼, 조직 속 작은 성공의 경험이 모여 미래의 길을 밝히는 순간, 기업은 혼돈을 넘어 스스로 설계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1694669348237?e=2147483647&v=beta&t=5b4hHL5rgN_IbgPbs4VGko2nsfN4re2sDrVYQ1etPGg


keyword
이전 23화중견기업의 함정 ④ - 시스템, 보이지 않는 결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