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CEO의 생각 속으로

CEO의 세계관에 접근하는 도구

생각의 문을 여는

"그분, 뭘 생각하고 계신 걸까?"

전략을 수립하다 보면, 늘 이 질문과 마주한다.
거칠게 보자면 기업 전략은 CEO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란 게 꼭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보고서의 표정을 읽고, 말투 사이의 결을 파악하고,
때로는 말하지 않은 것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그런 다양한 맥락이 CEO의 생각을 규정한다.

27년간 현장을 다니다 보니 감은 생긴다.
하지만 감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요즘처럼 속도가 빠르고, 변수가 많은 시대엔
CEO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짚지 못하면
전략이 엇박자로 흐르기 십상이다.

이때, 내가 꺼내 드는 도구가 있다.
바로 AI, 그리고 그중에서도 ‘말을 걸 수 있는 AI’다.
나는 종종 ChatGPT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CEO는 왜 이 키워드에 집착할까?

“이 의사결정이 그의 성과지표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 보고서가 그의 리더십 내러티브와 부딪히진 않을까?"

놀랍게도, AI는 이 질문에 대해
사고의 프레임을 빌려줄 줄 아는 파트너다.

CEO의 말, 과거 발언, 시장 상황, 업의 특성 등을 연결해 “그라면 이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물론 AI는 진짜 마음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논리의 구조, 반복되는 패턴, 경계선에 놓인 결정들을 엮어 CEO의 ‘생각의 문’을 여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전략가는 그 틈 사이로 들어가, CEO의 관점에서 다시 쓰는 작업을 한다.

예전엔 나 혼자 이 작업을 했다.
밤을 새우며 회의 녹취를 반복해 듣고,
눈에 밟혔던 CEO의 단어 하나를 되씹으며 방향을 잡았다.
이제는 그 시간을 AI와 나누는 셈이다.
내가 질문을 던지고, AI가 맥락을 열어주면
전략은 단순히 ‘나의 논리’가 아닌
‘그의 시선으로 설계된 설득 구조’가 된다.

전략은 언제나 양방향이다.
제안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그 간극을 좁히는 데, AI는 ‘CEO의 세계관에 접근하는 도구’로 제법 훌륭하다.

가끔은, CEO가 무심코 던진 질문 하나가
그의 리더십 전체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된다.
그럴 땐 ChatGPT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질문, 왜 나왔을까?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물음에서 시작된 AI와의 대화는
보고서보다, 전략보다, 회의보다
더 깊은 통찰을 안겨줄 때가 있다.

CEO의 머릿속은 수많은 이해관계, 책임, 서사로 뒤엉켜 있다.
그 생각을 읽는 건, 단지 비즈니스의 이해를 넘어
‘한 사람의 우선순위를 설계하는 행위’다.

AI는 그 복잡한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진짜 문은 여전히 내가 열어야겠지만,
어디에 손잡이가 있는지,
그 문의 결이 어떤지 알려주는 이가 있다는 건
전략가에게 꽤 든든한 일이다.